원고 측은 ‘허위사실 기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것이 고의였던 과실이었든 간에 허위사실로 인해 주가가 급락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소송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 레포트가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따지면 기체는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 액체는 ‘불산(Hydrofluoric acid)’으로 표기되는 것이 맞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불화수소’가 포함된다고 했으니, 액체는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는 솔브레인 역시 인정했다. 솔브레인 관계자는 “불화수소와 불산은 명칭이 다르다”며 “일본 수출 규제 법령에 회사가 취급하는 ‘불산’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일본 업체 측으로부터 액체인 불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직접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설명하고 레포트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불화수소와 불산을 구분할 줄 아는 전문가일수록 헷갈릴 수 있던 셈이다. 그렇기에 이번 솔브레인 주주 소송 건에 있어서 허위사실 적시 여부보다 ‘책임감’이 아쉽다고 느껴진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시장에서 꽤 큰 힘을 갖는다. 일반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는 것과 달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탐방 등을 통해 회사를 직접 들여다볼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반도체 등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종목은 관련 학문을 전공한 애널리스트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정보 분석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애널리스트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 레포트에 보내는 신뢰, 그들이 가진 정보의 힘을 인지했다면 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는 없었을까.
7월 19일, 약 한 시간 만에 키움증권은 보고서의 문장을 수정해 재배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왜 수정을 하게 됐는지, 혹은 어떤 부분이 수정됐는지를 고지하는 과정은 생략됐다. 수정 자체를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레포트 수정이 조사나 단어를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문장이 추가되고 삭제되는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솔브레인은 이날 해당 레포트로 주가가 급락했다. 일본 수출 규제의 수혜주들을 이 기간 수혜 여부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투자자들이 해당 내용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키움증권 역시 몰랐을 리 없다. 키움증권의 이름을 달고, 애널리스트 본인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보고서였다. 투자자들이 보내는 신뢰에 화답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신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보다 높은 책임감을 가졌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 보고서 논란에서 유독 ‘책임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