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르노삼성, '닛산 로그' 내년 3월까지 생산 연장

연간 생산량 절반인 '닛산 로그'

내년까지 위탁생산 연장 결정

일각선 "원화약세 등 韓생산 유리

내년이후에도 물량 배정" 관측

인력 400여명 구조조정 두고

노사 갈등 다시 불거질수도

2835A13 르노삼성야근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를 끝으로 위탁 생산을 끝내기로 한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로그 생산량을 약 1만 4,000대 늘려 내년에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 부산 공장의 연간 생산량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큰 모델이다. 이번 생산 연장으로 생산절벽 위기의 급한 불은 껐지만 400여명의 구조조정안을 두고 노사 간 다시 대립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닛산과 부산공장에서 수출 전용 SUV 로그의 생산을 내년 상반기까지 늘리기로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올해 계약된 물량은 2019년도 물량으로 3월 회계연도인 일본 닛산과의 연간 계약 시기도 이론적으로 내년 3월”이라며 “수출 추이를 보며 생산을 내년으로 늘리는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닛산 로그는 애초 오는 9월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초 시기를 12월로 늘려 놓은 상황이다.


닛산 로그는 적자에 허덕이던 부산공장을 본궤도에 올린 상징적인 모델이다. 본사인 르노닛산얼라이언스에 전략에 따라 2014년 8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됐고 미국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흑자를 기반으로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 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 QM6를 잇따라 안착시키며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22만 7,577대의 차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47%인 10만 7,245대가 수출 물량인 닛산 로그다. 전체 수출 물량(12만3,202대) 중에서 78%가 로그일 정도다. 이에 따라 효자 역할을 해오던 닛산 로그가 9월 생산계약이 끝이 나면 공장의 생산량이 추락할 것으로우려됐다. 특히 임단협을 두고 1년 여간 파업 등 강경 투쟁이 이어지던 올해 초는 위기였다. 파업으로 로그 수출 물량 수천 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하자 닛산 본사가 1만 8,000대의 주문을 취소하고 2만 4,000대를 일본 규슈 공장으로 이전해버렸다. 이 때문에 연간 약 10만대가 예상되던 닛산 로그의 부산공장 생산량은 6만대 이하로 급감했다. 르노삼성은 계약 종료시기를 9월에서 12월, 다시 내년 3월로 늘리면서 위기를 일단 넘겼다. 일본 기업인 닛산의 회계연도가 3월인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일단은 르노삼성이 내년 3월까지 생산할 총 물량은 기존 계약한 6만대에 1만4,000대가 추가되며 7만4,000대로 정리가 됐다.



일각에서는 닛산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내년 3월 이후에도 로그 수출물량을 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가 급격히 절하돼 1,200원 선을 넘은 반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는 강세를 보이며 올해 초 달러 대비 110엔을 넘었던 엔화가 100엔대로 절상됐다. 생산성이 비슷하다면 원화 약세로 더 낮은 가격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한국이 이익을 남기는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 닛산이 내년 상반기까지 월 4,000여 대를 생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사측이 닛산 로그의 생산 연장에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노조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본 닛산과 계약은 올해 4월에서 내년 3월이었는데 임단협 당시 사측(12월·6만대)이 거짓말을 했다”며 “생산 연장과 물량 추가 확보를 해놓고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9월 임금협상에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반면 사측은 생산 연장과 물량 추가에도 불구하고 로그의 연 생산량이 10만대에서 7만 여대로 줄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생산 감소에도 회사는 인력 조정이 없었다”며 “이 문제를 노조와 협의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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