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을 세상이 아니라 기업이 청년 취업을 입도선매하는 세상. 나이가 들어도 일자리가 있는 세상이 아니라 나이 70이 넘어도 3~4년만 더 일해달라며 붙잡히는 세상. 못 배우고 배경이 없어도 누구나 거부가 될 수 있는 세상. 국민소득이 6만달러, 10만달러를 넘겨 일본 경제를 뛰어넘는 세상. 우리 힘만으로 남북통일의 길을 열게 될 세상. 우리가 꿈꾸는 이런 세상은 과연 이룰 수 없는 꿈일까.
지난 1980년대 중반까지도 아일랜드는 국민소득이 8,000여달러에 불과해 서유럽에서 가장 뒤처졌다. ‘유럽의 병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국토는 척박하고 협소했으며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해외이민이 줄을 이어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해외 유수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이런 열악한 여건을 모두 이겨내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심지어 국민소득이 2만달러(지금 수준으로는 3만달러)를 넘어선 뒤에도 연평균 성장률이 9%를 넘어설 정도로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뒤에는 성장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2000년대 중반에 국민소득이 6만달러를 넘어섬으로써 선진국 선두대열에 올라섰다. 비록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에는 극심한 혼란과 경제난을 겪었지만 곧 회복해 여전히 선진국 선두대열에 서 있다.
아일랜드가 해냈다면, 우리나라라고 못 해낼 이유가 없다. 우리가 아일랜드만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방탄소년단은 세계 대중음악을 평정했다. 박지성·손흥민은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었고 박세리·신지애·박인비 등 우리 여자선수들도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과학계에서도 우리 과학자들의 논문이 네이처·사이언스·셀 등에 기고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우리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을 높여야만 한다. 아일랜드와 같이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공 부문에 대한 과감한 축소 개혁이다. 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좀 먹고 있는 방만·나태한 공공 부문에 개혁의 메스를 들이대 DJ정부 시절의 성장률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확보한 재원으로 실업급여 규모와 지급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재취업 교육을 내실화하는 등 노동 시장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충분히 확충한 뒤, 경색돼 있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노동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새만금과 같은 적지를 땅값·세금·규제가 제로인 경제특구(free-zone)로 삼아 우리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고 오히려 해외 기업의 유치를 이끌어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정치가 나서야 할 때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공 부문의 개혁, 사회 안전망 확보, 노동 시장의 개혁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 무의미한 정쟁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나라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정치만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가 진정 꿈꾸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