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 길어야 2년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그 사람 참 쉽지 않지? 그런데 있잖아. 내 생각에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2년인 것 같아.” “2년이요?” “응. 나는 그랬어. 2년 정도가 지나면 정말 별로였던 그 사람이 알아서 회사를 옮기거나 아니면 내가 내 자리를 떠나게 되더라. 너무 마음 쓰지 마.” 별로인 사람은 누가 보기에도 별로니까 보직이 바뀌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참지 못하고 다른 회사나 팀으로 옮기게 된다는 이야기였어요. 말의 힘 때문일까요.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길어야 2년이란 말은 제때 먹은 진통제처럼 지끈거리던 머리를 좀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2019년 북하우스 펴냄)



어느 날 진 빠지는 미팅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한 카피라이터가 팀장에게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처럼 비장하게 묻는다. “팀장님의 광고 인생 최악의 시기는 언제였나요? 전 지금입니다.” 수많은 명카피로 만물에 시와 노래를 붙여준 카피라이터들에게도 사람 스트레스와 ‘을’의 설움은 어김없이 따라다녔던 모양이다. 당시 팀장이었던 박웅현 카피라이터는 후배가 던진 이 뜨악한 질문에 ‘사람 스트레스 길어야 2년’이라는 명대사를 날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일이 어려워 퇴사하고 싶다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런데 하필 인생의 철천지원수를 회사에서 만나 괴롭단 사람은 너무 많다. 언제나 일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다.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다. 선배가 들려준 ‘사람 스트레스의 유효기한’에 대해 곱씹던 유병욱 카피라이터는 글 끝에 덧붙인다. 사람 스트레스가 2년 간다는 말이 2년만 문대고 있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법칙에 따라 다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사 ‘사라질 악몽’이라 할지라도 그 악몽을 2년이나 꾸는 바보는 되지 말자고.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인간에게 매일 갉작갉작 갉아먹히다 보면 영혼이 빈껍데기가 될 수도 있다고. 그러니 거기 괴로운 당신,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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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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