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밀어 부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부작용을 우려해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는가 하면 조합들은 다음 달 대규모 집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상한제에 반대하는 글이 1,000여 건 이상 올라와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상한제 반대 청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급적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관리처분단지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고육지책으로 분양시기를 앞당기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축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상한제가 무산되거나 연기된다 해도 이미 조합들이 입은 손실은 보상 받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커지는 반대, 속도 조절 가능성도 = 80여 정비사업 조합은 다음 달 6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주택정책에 반발하는 집회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04년 7월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에 반대하는 집회 이후 15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시위가 된다. 정비사업 조합들은 현재 국토부와 청와대는 물론 지자체·정치권 등으로 민원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파열음은 정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상한제에 대해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봐 가면서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좋은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며 기재부의 적극 개입 의사를 드러냈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0월 중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겠다던 국토부와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조합들은 대혼란이다.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후분양에서 9월 중순 선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포동 원베일리 조합은 1+1 분양을 확대해 일반분양분을 축소하기로 했다. 보류지 물량을 법정 한도까지 최대한 남겨놓는다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둔촌주공 역시 1+1을 확대해 조합원분을 늘리고, 설계변경과 일반분양분 마감재 수준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한제 시행으로 신축 값이 오르고 전세시장이 불안해 지는 등 부작용마저 나오고 있다.
◇ 상한제 연기, 조합 손실 보상 어려워 = 한편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계획을 보류하거나 취소하더라도 조합들이 입은 손실을 보상 받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분양으로 선회하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줄일 경우 조합들이 입는 손실을 막대하다. 삼성동 상아 2차만 해도 선분양으로 방향을 선회 하면서 후분양 때 보다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상한제가 연기될 경우 보상은 가능할까. 김조영 법무법인 국토 대표변호사는 “분양가상한제 실시 여부와 관련해 실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정책 시행에 따른 득실 여부는 조합이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상을 받거나 법적 책임을 묻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정책적 혼선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특수한 상황에서 소송을 걸 수 있다고 해도 손해 발생 여부와 손해액 입증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상한제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조합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