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눈] 공문 한 장에 유통업계 미래 달렸다

변수연 생활산업부 기자




“지난달 17일에 보낸 공문에 지금까지 답이 없으면 그냥 안 되는 건가 보다 해야 하는 걸까요. 유통업계는 지금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지자체는 관심조차 없어 보입니다.” 올 추석에도 서울·부산 등 대부분의 지자체가 추석 직전 대목인 둘째 주 일요일(9월8일) 의무휴업을 고집하자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대형마트 3사를 대신해 전국 지자체에 추석 직전 대목인 9월8일 둘째 주 일요일로 지정된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 또는 평일로 바꿔 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전달했다. 최근 대형마트 3사가 모두 지난 2·4분기 적자를 보면서 지자체가 이 같은 상황을 모른 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심지어 대부분 지자체들은 가부(可不)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았다. 대구에서는 어떤 지자체도 답변을 보내지 않았고 나머지 대도시에서도 일부 구만이 ‘안 된다’는 답변을 보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유통업계의 현실 인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며 “그럼에도 혹시나 허용해줄까 하는 희망은 잃지 않고 있다”고 자조했다. 추석 직전 일요일 매출은 추석 본 판매 기간 매출의 1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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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별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의무휴업일 제도의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의무휴업일 제도가 시행됐다고 하지만 이번에 휴업일을 바꾼 지자체를 살펴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인접해 있는 곳들도 있다. 이마트 안양점은 안양 중앙시장에서 차로 8분 거리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휴업일이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체감한 지자체들은 명절마다 휴업일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차별받는 것도 문제다. 서대문구·은평구 소비자들이 추석 직전 일요일에 선물세트를 사려면 인접한 경기도 고양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가 얼마나 더 힘들어야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해결될까. 유통업계가 분기가 아닌 연 단위로 적자를 보고 점포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그때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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