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노조 리스크' 제거...통상임금 등 경영 불확실성 해소됐다

[8년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 잠정합의]

日화이트리스트 배제·국민적 여론 악화 우려에 한 발 물러서

임금 4만원 인상·성과급 150%+300만원...내달 2일 찬반투표

6,000억대 영업익 개선 효과...'하투' 他완성차 동력 약화될듯

2915A13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8년 만에 처음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경제상황이 악화 되며 노조도 관례적 파업을 강행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우려했던 노조의 파업 리스크가 해소되며 현대차(005380)의 하반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의 임단협 조기 타결이 하투(夏鬪)로 달려가던 국내 완성차 노조들에게 방향전환의 신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7일 밤 늦게 ‘상생 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공동 선언문’ 및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설명회를 거쳐 다음달 2일에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잠정합의안은 임금 4만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이 포함됐다. 또 사내 하도급 근로자 특별채용 대상자 9,500명 중 잔여인원 2,000명을 내년 3·4분기까지 전원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임금체계 개편 합의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안정성 확보 격려금’도 잠정합의안에 포함됐다. 현재 두 달에 한 번 지급하던 상여금 600%를 매월 나눠 통상임금에 포함해 주는 방식이다.


함께 채택된 노사공동선언문에는 “차량용 부품·소재사업의 지원과 육성을 통해 부품·소재 국산화로 대외 의존도를 축소하는 등 상생 협력을 지속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일본의 경제도발에 따른 국내 부품산업 강화 기류가 담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제조방식 변화에 대비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협력사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부품·소재 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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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임단협에 주목되는 것은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협력의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특히 통상임금·최저임금과 관련된 법적 분쟁 소지를 해소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 불확실성도 해소했다는 점에서는 현대차의 부담을 덜었다.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을 수월하게 마무리함에 따라 현대차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 2·4분기 매출액 26조9,664억원, 영업이익 1조2,3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30.2%씩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현대차의 실질적인 실적 개선보다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며 해외 판매 실적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노조 리스크’가 제거됨에 따라 시가총액 대비 1.2~2% 수준의 영업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차의 연간 평균 파업일수는 14일로 연간 평균 생산 차질 대수는 4만8,911대였다. 최근 3년간 평균 파업 일수는 17일, 평균 생산 차질 대수는 8만829대로 더 늘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이번 무분규 임단협에 따라 3,800억~6,340억원 수준의 생산관련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차의 무분규 타결은 벼랑으로 내달리고 있는 완성차 업체 노조의 하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완성차 노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현대차 노조가 여론에 대한 부담과 판매량 감소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측과 상생을 선택한 상황에서 한국GM, 르노삼성 등의 노조들이 막무가내로 파업에 나서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GM은 사측의 구조조정 등에 반발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세 차례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26일부터는 부분파업에 나서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상견례 일정을 논의 중이다. 교섭은 가시밭길이다. 회사가 생산 절벽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시사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시장은 벼랑 끝이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고, 노조 리스크에 미래 전략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인력 감축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7월 누적 기준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총 15만1,8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1,347대) 6% 가까이 감소했다. 생산량은 같은 기간 49만4,911대에서 44만5,467대로 1%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000270)의 협상 잠정 중단에 이어 현대차까지 무분규 타결을 하며 한국GM의 파업 동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조선업 노조 등 금속노조 파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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