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철강업체 이슈마다 업체끼리 갈등

현대제철·동국제강, 관세카드로

수입량 급증한 베트남산 H형강 압박

KS규격 확대 움직임엔 신경전 치열

현대비앤지스틸·포스코 한목소리로

中 청산강철 부산공장 설립 반대

합작공장 추진 나선 韓길산파이프

일자리 기대 부산시와 갈등 깊어져

2215A13 철강사들



글로벌 보호무역, 수요산업 부진 등으로 영업기반이 줄고 있는 철강업체들이 치열한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해외 H형강 제품 수입에 맞서 같은 편에 섰던 업체들이 파이프, 스테인리스스틸 등의 시장을 두고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최근 베트남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요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H형강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는 가격이 더 저렴한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이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5년만 해도 7,204톤에 그쳤던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은 지난해 20만톤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0만5,000톤 가량이 들어왔다. 이 물량은 전량 포스코의 베트남 법인이자 베트남 유일의 형강 생산업체인 포스코SS비나가 만든 제품이다. 포스코SS비나의 생산 능력은 연 50만톤 정도로 이 중 40% 정도를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반덤핑 관세 요건으로 압박한다 해도 포스코SS비나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2015년 인수 당시 동남아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했으나 시장 확장이 이뤄지지 않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으로 수출 물량까지 줄어든다면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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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H형강에 손을 맞잡았던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국내 H형강 KS규격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이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해 현재 82개인 KS규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동국제강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KS규격을 받은 제품은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기 쉬워져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대제철은 KS규격을 늘려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생산하고 있는 BH형강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동국제강으로선 현대제철의 영역이 확대되는 게 달갑지 만은 않다. 현대제철은 82개인 KS규격이 일본 JIS 356종, 미국 ASTM 283종에 비해 부족해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국제강은 JIS와 ASTM 중에서도 주로 쓰이는 규격은 일부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국내 스테인리스스틸(STS)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철강업체들이 공동으로 중국 철강사의 국내 진출을 막고 있다. 현대제철이 지분 41.12%를 보유한 현대비앤지스틸과 포스코 등은 공동으로 중국 청산강철의 부산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신규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스테인리스는 일반 제품 대비 가격이 2배 이상 비싼 고수익 제품이지만 최근 원재료인 니켈 가격 상승과 공급 과잉 등으로 생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업계는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을 100만톤 정도 수요로 보고 있지만 공급은 189만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 생산능력(연 1,000만톤 가량)을 보유한 청산강철이 연 60만톤 생산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세워 국내 시장에 상륙하면 국내 업체들이 생존이 어렵다는 게 포스코와 현대비앤지스틸 등의 주장이다. 하지만 청산강철이 국내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길산파이프와 50대50으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인데다 고용창출 효과를 노리고 있는 부산시의 입장까지 맞물려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길산파이프는 “가격이 비싼 국내 생산업체들의 소재만 사용해선 중소 제품 생산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중국과의 합작 공장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산파이프가 대전·충청지역 기반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지역 논리’까지 등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에 중앙정부 심의가 필요치 않아 부산시만 허가하면 청산강철의 투자가 가능해진다./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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