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벼랑끝전술에 美 "北, 답주는 대로 협상 준비돼 있어"

최선희 "비핵화 모든 조치 재검토" 대미 압박에

美, 협상준비 강조하며 北 책임론 부각 관측

전문가 "북미 비핵화 입장차 여전, 협상 장기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북미 정상의 모습.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북미 정상의 모습.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고강도 대미 경고 메시지를 낸 가운데 미국이 협상의 준비가 돼 있다며 공을 다시 북한에 넘겼다.

비핵화 방안을 두고 북미가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면서 북미 실무협상이 안갯속에 빠진 모양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31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와 관련해 북한이 답을 주는 대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 후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는 것은 결국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등 일괄 타결식 빅딜이라는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분석된다. 미중 갈등이라는 동북아의 정세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조기 대화 재개보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압박이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리용호 외무상이 9월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북미 고위급 회담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번 유엔총회의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리 외무상이 아닌 대사급 인사를 파견한 것도 미국이 비핵화 방안과 관련 태도변화가 없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4차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4차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의 대미 강경 기조에는 중국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북한은 동북아의 패권을 두고 미국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개입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음 달 2∼4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미 관계 긴장과 관련 “현재 한반도 정세는 전체적으로 비교적 완화 국면에 있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역시 궤도에 올라 있다”면서 “우리는 각국이 접촉과 소통을 강화하고, 서로 마주보고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왕 국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답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미중패권 전쟁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힘 싸움에서 북한 비핵화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국제사회의 제재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의 틀을 깨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점이 비핵화 협상 판을 깨는 것인데 그건 쉽지않다”며 “비핵화 실무협상은 지연될 것으로 보이고 북한의 셈법이라는 게 처음부터 12월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것이니 그때까지 나름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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