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됐던 에스비비테크가 ‘소재·부품·장비 유망 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으로 거듭난다. 김포시청에서 24km를 떨어진 산 중턱에서 자리한 이 회사는 베어링과 ‘하모닉 감속기’를 만드는 강소기업이다. 매출액은 92억원, 인력은 90명에 불과하지만, 77개 지식재산권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생산되는 하모닉 감속기를 국내 기술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일본 기업 점유율은 97%로 압도적이다. 에스비비테크는 2%대에 불과하다.
지난달 30일 에스비비테크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유망 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업무협약식’은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극일기업’이 되려는 에스비비테크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호 삼성전자 사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1호 소부장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 기업’인 에스비비테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중기부와 삼성전자는 에스비비테크의 스마트공장화를 위해 각각 30%씩의 비용을 부담한다. 나머지 40%는 에스비비테크가 부담하고 중기중앙회는 이 사업의 운영과 홍보를 맡는다.
이 같은 결실은 일본 수출 규제로 소부장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협약 체결로부터 열흘 전인 지난달 20일 삼성전자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책임지는 김 사장을 비롯해 13명의 임직원이 이 회사를 전격 찾았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구미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어떤 방식의 스마트공장을 만들지 아이디어를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15명은 이튿날 삼성공장 구미공장을 찾아 직접 견학을 하게 됐다. 구미공장을 다녀온 에스비비테크의 생산팀장 A씨는 “가공한 상태에서 측정하고 제품이 불량이면 취소하고 다시 가동하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기술이 있었다. 반드시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곧이어 에스비비테크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공장 지원사업에 지원했고, 이 곳에 상주하게 된 삼성전자 멘토 14명과 긴밀한 논의를 거쳐 가공, 조립, 물류, 환경안전 등 4개 분야에서 92건의 혁신과제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 사장은 “에스비비테크와 우리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며 “에스비비테크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혁신 의지도 강했다”고 말했다. 서 부회장은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이 올해로 2년째다”라며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하도급 거래기업, 협동조합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했다”고 화답했다. 김 사장과 함께 협약식을 찾은 윤 부회장은 “2022년까지 생상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3,500개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정부도 중소기업을 위해 일관성 있는 정책 지원을 부탁한다”고 제언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스마트공장을 통해 내년 조립 생산성을 54%까지 높이고 불량률을 기존보다 70% 낮출 계획이다. 이후 30만대 양산체계를 갖춰 일본이 선점한 하모닉 감속기 시장에서 선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류 대표는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며 “희망적인 그림을 그렸다. 다른 기업이 찾아와 에스비비테크처럼 (스마트공장을) 하면 된다는 평가를 듣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통해 기술 강국으로 향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중기부는 제조데이터센터를 만들고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불량률을 줄이는 스마트공장 완성단계를 구축해 기업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김포=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