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른 추석에 중기 비상] "단기자금 막막...덤핑으로 제품 팔아 급전 마련해야 할 판"

은행 대출문턱 더 높아지고

빚낸 70%는 이자조차 못내

농산물 수급 미스매치 심화

대목은커녕 가격 폭락 우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한 부품업체에서 직원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제DB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한 부품업체에서 직원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부산지역 뿌리산업 업종 B사의 김대원(가명) 대표는 9월 달력만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여름 휴가철과 추석 사이에 조금만 여유가 있었어도 자금 마련이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을 거란 안타까움 때문이다. 김 대표는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월급 2차례와 상여 2건이 나가야 하는데 업체마다 현금이 급하다 보니 돈이 전혀 돌지 않는다”면서 “휴가철에 이어 곧바로 추석 연휴까지 맞게 돼 조업일수도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추석 때문에 중소기업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자금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조업일수 감소에 따라 납기·물량 준수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여기에 불경기로 인한 매출 감소와 금융권의 외면까지 겹친 상황이다. 농산물 분야는 주요 농산품이 채 익지 않아 “팔 게 없다”며 울상이다.

0215A06 중기자금곤란


①휴가비에 귀향비…사업주는 한숨만=인천에서 욕실용 도기제품을 만드는 C사는 정액으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당기순이익 중 일정 퍼센트’ 방식으로 바꿨다. 상여금을 4번으로 나눠 추석, 설, 창립기념일, 연말에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경기가 불확실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여금 정책을 바꾼 것. 그런데 지난해 회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규정상으로는 상여금이 발생하지 않지만 아예 안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학재(가명) 대표는 “최근 회사 창립기념일에 지난해보다 상당히 줄어든 보너스를 직원들에게 줬더니 얼굴빛부터 달라지더라”며 “이번 추석에도 상당히 줄어든 귀향비를 주게 생겼는데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라며 씁쓸해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추석을 앞두고 자금 압박을 받고 있지만 직원들의 상여 요구는 더 커졌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이 빨라 차례상 비용이 더 커졌고, 상여금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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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휴가에 이어 추석 연휴…납기·물량 어쩌나=중소기업계에서는 납기와 납품 물량 준수도 문제라며 한목소리로 호소한다. 인천 지역 기계부품업체 정순식(가명) 대표는 “대기업이 정한 부품 수급 계획에 따라 납품 물량과 납기에 대응해야 하는데 휴가철이 끝나자마자 추석 연휴가 붙으면서 납기 대응이 힘들게 됐다”면서 “단기간 공장에서 일할 일용직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납품을 주로 하는 중소제조업체들은 약속한 물량과 납기를 못 맞추면 곧바로 퇴출”이라며 “공단 내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조업일수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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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매출은 줄고, 수금·대출도 어렵고=제화업체를 운영하는 김수종(가명) 대표는 “매출 감소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매출은 줄었는데 나갈 돈이 많다 보니 기업 간 결제를 미루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출 채권 회전율이 뚝 떨어지면서 현금이 전혀 돌지 않는 상태다. 알루미늄가공업체 관계자는 “매출 채권이 누적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은 “불경기가 심화된 올해는 유달리 명절 전 매출채권이나 어음을 정산해주는 미덕이 사라졌다”며 “각자 알아서 (자금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 문턱은 더 높아졌다. 철삭가공업체 관계자는 “이런 불경기에 우리 같은 영세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공단 내 모 은행의 경우 대출 받은 중소기업의 70%가 이자조차 못 내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④농산물 관련 중기는 걱정이 태산=농산물 관련 중소기업들은 이른 추석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다. 농산물은 가격이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농민뿐만 아니라 유통업자나 포장재 등을 공급하는 후방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구리에서 과일도매업을 하는 김인수(가명) 대표는 “1년 중 가장 큰 대목을 통째로 날린 셈”이라며 “수확기 전에 추석이 다가 와 솔직히 팔 만한 게 없다. 시장에선 대목이 실종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추석 이후 과일이나 채소 등이 쏟아져 나오면 수급 미스매치로 가격이 폭락할 것 같아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맹준호·양종곤·심우일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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