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사태가 악화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탄압 여부와 미중 무역합의를 연계한 가운데 오히려 중국은 미국을 ‘배후’라고 비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무역논의가 없었다면 홍콩에서 더 많은 폭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중국은 폭력이 무역합의에 나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수위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언급하면서 “만약 그(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 폭력을 사용한다면 나로서는 무역합의에 서명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홍콩 시위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연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홍콩 주재 연락사무소는 1일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며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색깔혁명을 일으켜 혼란과 파멸을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13주째를 맞은 홍콩 시위 사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시위대는 1일 홍콩 국제공항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집단행동에 나섰으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도 일부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패러디한 ‘차이나치(China+Nazi)’기를 들고 등장해 중국 정부를 자극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은 화염병·벽돌과 최루탄·물대포 등을 동원해 치열하게 맞붙였다.
또 대규모의 미국 성조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시위대가 미국 국가를 부르며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의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영국 국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영국 여권을 꺼내 보이며 “우리는 영국인이다. 우리를 버리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2일에도 홍콩 국제공항 교통방해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총파업과 학생들의 동맹휴업까지 예고돼 홍콩의 위기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신학기를 맞는 2일부터 2주간의 동맹휴학을 예고했다. 일부 중고생들도 수업 거부, 침묵시위, 시사토론 등의 방식으로 송환법 반대 의사를 나타낼 예정이다. 2~3일에는 의료·항공·건축·금융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도 예고됐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