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금이 배터리 소송전하고 있을 때인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소송전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4월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양사의 소송전이 격화하면서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업체만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배터리는 포스트 반도체로 불린다. 전기차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이다. 연평균 50% 이상 급성장해 앞으로 반도체 시장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과 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사활을 거는 주력 분야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준 전기차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로 25.4%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 파나소닉(20.3%)과 중국 BYD(15.2%) 순이다. LG화학(10.8%)과 삼성SDI(2.9%), SK이노베이션(2.1%)은 이들을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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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소송전으로 한국은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 한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한 중국 업체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반 토막 났다. 한국 업체들끼리 단합해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경제상황이다. 국내 기업끼리 양보 없는 감정 싸움으로 소모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

양사는 이쯤에서 소송전을 접고 통 큰 화해로 갈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5년 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벌였던 세탁기 전쟁이 좋은 선례다. 가전 업계 라이벌인 양사는 자존심을 걸고 맞소송을 벌였지만 그룹 총수들의 대승적 결단으로 조기에 종결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룹 총수들이 담판을 지어야 한다. 양사가 계속 소모전을 벌이면 결국 웃는 것은 일본·중국 업체들뿐이다. 정부도 사건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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