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능인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려면 학벌부터 따지는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혁성실업을 이끄는 황의빈(84) 대표는 항상 “중소기업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30년 전 광양제철소 협력회사를 창립한 후 회사경영의 부침을 겪으면서 기술인력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사내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특수용접기를 갖춘 실습장을 설치하는 등 기술인력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공적으로 황 대표는 2일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날 ‘2019 직업능력의 달 기념식’을 서울 구로구 쉐라톤서울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었다. 기념식에서 직업능력 개발과 숙련기술 장려에 힘쓴 유공자에게 훈·포장이 수여되고 대한민국 명장, 우수 숙련기술자 등 20명에 대한 증서도 전달됐다.
“훈장을 받게 된 영광을 혁성 가족 모두와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힌 황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처럼 엔지니어 지원에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퇴직한 고령노동자 재고용 등으로 기능인을 우대했다. 기능자격 취득자 축하금(20만원)과 자격수당으로 최대 8만원을 지급하는 등 자격증 취득을 독려했다. 결과적으로 현장직원 10명 중 7명이 자격증 보유자가 됐다. 황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어렵게 투자해 기술·기능인을 길러내는 것이 녹록지 않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전장과 같은 치열한 작업현장에서 전위 부대원 같은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중소기업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장기근무할 수 있도록 세밀한 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초로 3㎿급 육·해상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이량훈(43) 두산중공업 기술과장은 철탑산업훈장을 차지했다. 원자력·화력 발전기의 주요 부품인 원자력 증기발생기 일체형 헤드 등의 국산화에 앞장섰다. 국내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450㎿ 규모의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는 데도 공헌했다.
화약 취급·발파 분야의 우수 숙련기술자로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배상훈(62) 에스에이치엠앤씨 대표는 국내 최초로 전자뇌관과 전자발파기를 도입하고 연주식 발파 등 발파 공해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진동과 소음·비산먼지 발생을 줄이면서도 방호 매트 방어효율을 50% 이상 증가시켜 민원 등으로 인한 작업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는 “기술은 현재 상태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이날 황성일 기아자동차 부산서비스센터 기술선임, 서중율 코어넷 전무, 전형배 연세직업전문학교 대표, 최영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사 등 4명에게 산업포장이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