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일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효율적 경쟁 제한을 꼽았다. 대기업은 “한국 경제를 위해 같이 일해야 하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재벌 개혁론자’로 불리는 데 대해서는 “외부 평가는 그런 것 같다”며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경성담합 외 담합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재벌의 가장 대표적 폐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대기업 총수 일가가 경영권 방어나 사익 편취를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이로 인해 효율적 경쟁자가 시장에서 배제되는 나쁜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다 보니 경쟁력 있는 비(非)계열사들이 경쟁에서 배제되고 이로 인해 경쟁 촉진이 저해된다는 취지다. 조 후보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 경쟁 당국인 공정위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일감을 적극적으로 개방할 수 있는 유인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임자인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대기업을 향해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일감을 개방하라”고 압박한 바 있는데 이를 공정위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아울러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를 철저하게 감시, 제재하고 모범적인 기업에는 유인책을 줘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유기적인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가격과 입찰 담합 같은 경성담합 외 사건까지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38년 만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을 통해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조 후보자는 “입찰·가격 담합이 가진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면서 “나머지 분야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는 각계에서 우려를 나타냈고 그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을 두고 ‘김상조 아바타’ ‘제2의 김상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고 나름의 성과를 만든 전문가”라며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가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한화의 사외이사를 지냈던 이력이 집중 거론됐다. 해당 기간 한화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세 차례 제재를 받았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재벌을 비판하면서 대기업 사외이사를 했다”고 비판하자 조 후보자는 “한화의 사외이사가 된 것은 지배구조 전문가인 독립적 사외이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2012년 2월 한화그룹이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내가 경영진에 줄곧 건의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한화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단 한 번도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재벌 예스맨’이라고 추궁하자 “사외이사로 일한 것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재벌 예스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