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기자의 눈]핀테크발 치킨게임의 서막

이지윤 금융부




“투자유치에만 매달리는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 중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금융권의 마켓컬리와 쿠팡이 먼 얘기가 아닙니다.”


최근 우량 핀테크들의 잇따른 투자유치 소식에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새벽배송·로켓배송 등의 서비스로 유통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마켓컬리·쿠팡 등을 통해 핀테크들의 가까운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유통혁신업체들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등 출혈경쟁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선도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적자는 뒤로 한 채 투자유치로 근근이 버티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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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우려에도 핀테크들은 대규모 투자유치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이들 업체는 사업이 안정궤도에 진입한 만큼 외형 확장에 중심을 두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투자금은 마케팅 등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쓰인다.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누적투자 유치금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홍콩 투자사 에스펙스와 클라이너퍼킨스 등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6,400만달러(약 77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운영 중인 레이니스트 역시 최근 4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문제는 현재 주목받는 핀테크 대부분이 명확한 수익구조 없이 외형성장에만 골몰해 있다는 점이다. 이 업체들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것이고 투자금 대부분을 다시 마케팅비로 소진할 것이다. 수익모델이 없다 보니 외부 투자에만 의존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1,300만명의 고객을 모집한 토스가 지난 2016년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것도 구체적인 수익모델 없이 투자유치에만 기댄 탓이 크다. 시장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출혈을 감수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국내 핀테크들이 좀비기업이 아닌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쟁보다는 내실에 집중해야 한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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