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현대자동차 노사의 무분규 임금·단체협상 타결에 대해 “노사 양측의 성숙한 결단”이라고 다시 한번 높이 평가했다. 이에 더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다른 기업 노사에 “현명한 결정”을 요청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8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현대차 노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총리는 “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분규 없이 타결됐다”며 “파업 없는 임단협 타결은 201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현대차 노사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자동차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고 협력업체들을 지원할 투자계획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현대차가 한일 갈등의 파고를 넘기 위해 자체적으로 기울이고 있는 노력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이 총리는 “현대차 노조와 경영진은 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와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분규 없는 임단협 타결과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을 결단했다”며 “노사 양측의 성숙한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달 29일에도 소셜네트워크계정(SNS)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노사 합의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총리는 당시에도 “노사, 특히 노조에 감사드린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냅시다”라고 전했다.
“경제여건 엄중…다른 기업도 현명한 결정을”
이에 더해 이 총리는 “이번 결단이 노사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저는 받아들인다”며 “노사가 경제여건과 사회통합을 함께 생각하며 행동하는 문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주목했다. 이와 관련 된 사례로 지난 7월 부산지하철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대신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인건비를 활용해 540명의 지역 청년들을 신규 채용하기로 사측과 합의한 것과 지난 6월 사무금융노조가 금융노조의 선례를 따라 금융회사들과 함께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재단을 출범시키기로 결정한 것을 언급했다.
이 총리는 “이처럼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며 상생을 이루고 청년 고용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을 위해 마음을 모아주시는데 대해 거듭 감사를 드린다”며 “노사의 협력으로 지금의 난관을 반드시 이겨내도록 정부도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아직 기아자동차, 한국GM,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여러 사업장에서 임금·단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노사가 경제여건의 엄중함을 생각하며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현대차 노조, 임단협 잠정합의안 56% 찬성…8년 만 타협
한편 현대차 노조는 노사가 마련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해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이날 현대차에 따르면 총 인원 5만105명 중 87.53%인 4만3,871명이 투표한 결과 56.4%(2만4,743명)가 찬성했다. 이 중 반대는 1만9,053명(43.43%)였고, 무효는 75명(0.17%)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오전 6시부터 울산공장을 비롯한 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에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오후 10시부터 개표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투표 결과 현대차 노사는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을 완전히 무분규로 타결했다. 노조는 앞서 한일 경제 갈등 분위기 등을 고려해 파업을 유보하고 교섭에 집중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잠정합의안 도출 직후 성명서를 통해 “미·중 무역 전쟁을 비롯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한국 자동차 산업 침체, 한일 경제 갈등 상황 등이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임금 4만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또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명목으로 근속기간별 ‘200만∼600만원+우리사주 15주’를 지급할 예정이다.
/정영현·박시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