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범죄 사건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하더라도 고소인이 원하면 그 근거영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CCTV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보다 고소인의 권리구제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A씨가 “사건 기록의 열람·등사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B씨를 준강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항고와 재정신청을 제기했지만 검찰과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이어 사건 직전 자신이 B씨와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 증거자료를 열람·등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 역시 영상 속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다른 일행의 모습이 영상에 남아 있더라도 성범죄 사건에 대한 A씨의 권리구제를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영상에 A씨가 주장하는 범행 직전의 상황이 촬영돼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이 불기소 처분의 주요 논거가 됐으므로 A씨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다소 제한하는 말이 있더라도 그보다 공개를 통해 보호되는 A씨 개인의 권리구제 이익이 더 크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