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권이 ‘셀프 검증’을 명분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밀어붙이는 수순에 들어갔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패싱하고 일방적으로 해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연 조 후보자를 꼼수로 장관에 앉히는 오기의 정치가 작동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회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에 들어가기 전인 7~9일께 서둘러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론의 심판을 받은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면 후유증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우선 야당의 거센 반발로 정기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민생법안 처리와 예산안 심사 등이 차질을 빚게 된다. 벌써 자유한국당은 “중대 결심”을 언급하고, 바른미래당은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하자가 많은 인사를 법 집행 업무를 맡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히면 우리 사회에서 편법과 반칙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커진다는 점이다. 스스로 “반성한다”면서 언행 불일치 등을 시인한 조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의 개념부터 흔들리게 된다. 셋째, 법으로 규정된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고 해명 ‘원맨쇼’를 연 뒤 편법으로 장관 임명장을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넷째,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숱한 의혹에 대해 “몰랐다”며 어물쩍 넘어갔는데도 청와대가 “논란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조 후보자는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에 대해 “딸이 영어를 잘한다”면서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3일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 후보자 딸의 고교 영어성적이 4~8등급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 수사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모양새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진영만 바라보는 오기의 정치는 사회적 혼란만 증폭시킬 뿐이다. 불의를 불의라 말할 수 있는 상식의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