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새 둥지를 찾는다. 지난 10년간 회사가 성장한 만큼 조직과 인력이 급증하면서 격에 맞는 보다 넓고 번듯한 공간이 필요한 것이 이유다. 다만 내년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의 20년 계약이 완료되는 만큼 스타벅스코리아가 신세계그룹 건물을 떠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미국 본사로부터 사옥 이전 승인을 받고 서울 사대문 안 주요 빌딩과 임차 계약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현재 서울 소공동점과 연결되는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공간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소유 오피스 공간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1999년 한국 1호점을 오픈한 스타벅스코리아는 2003년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를 잡은 후 2년 후인 2005년 현재 본사 위치인 소공동으로 이전했다. 소공동 본사는 신입 바리스타 교육 공간으로도 쓴다. 그만큼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에게 본사는 스타벅스의 서비스 정신을 배우는 일종의 상징적 존재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을지로 부영빌딩, 광화문 콘코디언 빌딩(옛 금호아시아나그룹사옥), 종각역 센트롤폴리스, 서소문 씨티스퀘어 등 주요 빌딩을 대상으로 실사에 돌입했다. 연면적 6,611㎡(2,000평)을 임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본사 승인을 받는데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고 유력한 후보지를 두고 계약 직전 단계까지 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999년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미국 본사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이 50대 50의 지분율로 세운 합작법인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점포운영, 상품공급 등 합작법인의 운영에 대한 하위 계약을 20년 단위로 갱신한다. 이에 따라 내년 말 계약이 종료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벅스코리아가 신세계 측 공간인 웨스틴조선호텔을 떠난다는 점에서 신세계와의 협력을 끝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업계에서는 신세계 측이 사모펀드운용사(PEF)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넘기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협력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연장 여부에 관계없이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다.
IB업계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지금이 정점이라는 분석이 계속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커피 문화 확산을 이끈 선도기업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2010년 만 해도 매출 2,421억원, 당기순이익 168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매출 1조5,223억원, 당기순이익 1,119억원으로 규모는 5배 이상, 이익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는 처음으로 당기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신세계그룹 주력 기업인 이마트가 고전하고 있어 비싼 값에 지분을 넘겨 투자 수단으로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전망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계약과 관련해 아직 협의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강도원·허세민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