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덮친 무역전쟁 포연…3년만에 제조업 경기 위축

글로벌 제조업 침체 美까지 번져

지난달 PMI 50 아래로 곤두박질

신규수주·생산·고용지수 무너져

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하락

18일 금리 결정 앞둔 美 연준

0.25%P보다 인하폭 키울 수도

일각선 "벌써 내리면 실수" 지적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의 여파가 ‘나홀로’ 호조를 누리던 미국 경제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확장국면을 이어온 미 제조업경기가 3년 만에 위축된 것이다. 독일·일본 등 주요국 제조업의 침체가 미국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경기 하락 우려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장의 금리 인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지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에 그쳐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PMI는 300여곳의 기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해 산출하는 경기동향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연준이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근거가 되는 이 지표가 50을 하회한 것은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며 8월 지수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PMI는 50.3으로 50을 간신히 웃돌았지만 2009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5개월 동안 이어진 미 제조업경기 확장국면이 끝난 것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기업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티머시 피오어 ISM 제조업경기설문조사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무역이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고 설명했다. 한 조사 응답자도 “사업은 굳건하지만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과 경계심이 있다”고 말했다. 세부 항목별 지수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경기선행지표 성격이 짙은 ISM 신규수주지수는 전월의 50.8에서 47.2로 주저앉았으며, 생산과 고용지수도 줄줄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과 독일·일본·한국 등의 제조활동이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이번 지수는 세계 각국의 제조업 침체가 미국까지 도달했다는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이러한 우려를 즉각 반영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8% 떨어지는 등 3대 지수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불안 속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장중 1.4290%까지 떨어져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해 일명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도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5,610달러에 마감해 2017년 5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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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기 시작하면서 18일 금리 결정을 앞둔 연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0.25%포인트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온 만큼, 시장은 예상 밖의 제조업 경기 둔화로 연준이 금리 인하폭을 키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도 트위터에 “독일과 많은 나라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연준은 행동에 나서는 데 실패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아직 고용과 소비가 호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금리 인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에릭 로즌그렌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너무 빨리 금리를 내릴 경우 향후 더 큰 문제와 싸울 때 화력이 부족해진다”면서 “현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 호황을 앞세워 내년 재선을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영국 가디언 칼럼에서 “극심한 경기침체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뉴욕=김영필특파원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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