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의 절대다수는 중장년이다. 지난해 귀농인의 절반 이상이 4050세대다. 2030세대는 10명 중 1명꼴이지만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각박한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농촌에서 정서적 여유를 찾고 농업에서 비전을 발견하려는 2030세대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청년귀농인은 4050세대에 비해 경험이 일천하고 자산도 부족하다. 젊음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 귀농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며 농촌은 도피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쟁터다. 도시로 회귀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귀농이 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각고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 세 명의 청년농부로부터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평생 믿고 교류할 멘토를 만들어라
청년귀농인은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지역기반마저 없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귀농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인들은 평균 2년 이상 준비기간을 거친다. 이 기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농민사관학교 등 귀농과 관련된 기관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농사에 관한 자문을 받고 농촌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를 만나면 큰 도움이 된다.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다 지난 2015년 충북 보은으로 귀농한 김우성씨는 “당시만 하더라도 귀농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무작정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요즘은 선배 농업인과 합숙하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는데 이를 통해 멘토를 만난다면 농촌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농을 준비하며 믿고 의지할 만한 멘토를 만들지 못했던 그는 귀농지역의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갔고 지자체 공무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식용곤충인 굼벵이를 활용한 대추즙과 반려동물 간식 ‘벅스펫’을 생산하는 김씨는 귀농 4년 만에 직원 4명을 둔 농업회사법인의 대표가 됐다.
치과기공사로 일하다 2015년 충북 청주로 귀농한 최공희씨는 된장·고추장 등 발효식품을 만들어 판다. 최씨보다 앞서 귀농한 어머니로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온 발효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는 “아무래도 승계농이다 보니 어머니가 가진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에서 마찰이 많았다”면서 “어머니 외에도 다른 멘토를 통해 새로운 부분을 배웠지만 그 부분까지 어머니를 납득시키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님 외에도 여러 멘토를 모셔서 조언을 듣고 배우다보면 점차 자신이 가야 할 방향성이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 것을 발전시켜라
귀농인들이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목은 과수와 채소다. 재배하기 쉽고 다른 작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팜을 구축해 시설채소를 재배하거나 특용·약용작물을 생산하는 귀농인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선배 귀농인들은 새로운 품목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 품목을 발전시키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2014년 경북 문경으로 귀농한 이소희씨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기는 어렵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면서 “기존 품목을 조금 발전시키거나 역발상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흠집이 있거나 색이나 모양이 고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비규격품’ 농산물의 경우 지금까지는 버려지거나 헐값에 유통됐으나 음료·잼 등 가공식품으로 개발해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거나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도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경북 지역의 포도 농가들이 캠벨을 베고 비싼 값에 팔리는 샤인머스캣을 심고 있는데 이 같은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청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존 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생산품에 이야기를 입혀라
젊은 귀농인들이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배·생산한 농축산물을 제값을 받고 잘 팔아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온라인 쇼핑몰이 주요 유통채널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수없이 많은 제품 속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띄어 선택을 받으려면 품질은 기본이고 차별화된 요소가 있어야 한다. 생산품에 스토리를 입혀 감성적으로 다가서는 것도 좋은 마케팅 방법이다.
최공희씨는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110년 된 씨간장을 토대로 할머니·어머니는 물론 발효명인으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으로 손수 만든 프리미엄 장류라는 점을 강조한다. 최씨가 직접 담가 파는 된장·고추장은 일반 시중제품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그는 “다소 가격이 비싸지만 만들어지는 과정과 정성에 대해 설명하면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있다”면서 “덜 팔리더라도 충분히 설명하고 제값을 받고 판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재료와 발효기간 등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희씨는 ‘소담’이라는 브랜드로 산채나물을 판매한다. 소담은 ‘소희씨가 꼬부랑 할매들과 담은 건강한 아름’이라는 의미다. 이씨는 소담 브랜드 판매와 함께 4만㎡ 규모의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3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시골 할머니들이 생산한 건강한 먹거리를 도시인들에게 전달한다는 스토리를 브랜드에 담았다”면서 “도시에서 삭막한 삶을 사는 이들이 시골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