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9·11 테러를 코 앞에 두고 미국 본토에서 논의하려 했다는 점을 두고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군 출신인 애덤 킨징어 공화당 하원 의원은 이날 트윗을 통해 “9·11을 포기하지 않고 악행을 계속하는 테러조직 지도자들이 우리 위대한 나라에 들어오도록 허용돼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 의원도 캠프 데이비드는 9·11 테러 이후 대응책을 계획하기 위해 미국 지도자들이 모였던 곳이라며 “탈레반의 어떤 구성원도 그곳에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 측과의 회담을 9·11 테러 대응책을 논의했던 캠프 데이비드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의원들은 평화 협상에서 떠나려는 트럼프 대통령 의향에 대해 칭찬했지만, 대통령이 탈레반을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했다는 사실은 회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공화당 동료에게서조차 제기되는 부정적 평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협정은 폭력의 감소를 요구했지만 완전한 휴전을 요구하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나도 캠프 데이비드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으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그 부분을 되새겼다”면서도 “역사적으로 꽤 나쁜 행위자들도 그것을 통해 다녀간 적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을 불러들인 데 초점을 맞춰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 의원은 CNN에 출연해 외교 정책을 일종의 ‘게임쇼’처럼 다루는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다른 대선 주자인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도 NBC에 출연해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변덕스러운 행동” “또 하나의 기괴한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회담을 취소한 것을 두고도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미군 1명을 포함한 12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5일 테러 공격을 취소 이유로 들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테러 사건 보다는 미국과 탈레반 간의 합의문이 차후 문제를 키울 수 있어 협상을 취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의문 초안에 따르면 알카에다와 싸우고 있는 미군 반(反)테러 병력의 지속적 주둔을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친미 성향인 현 아프간 정부의 생존도 위협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 초안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협상을 주도한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특사와 고성이 오가는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많은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에 너무 많이 양보했고, 그들이 극단적 이슬람 규정을 다시 적용해 권리와 자유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