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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영화 ‘엑시트’ 속 숨겨진 발명이야기











글: 한국발명진흥회 부회장 고준호


올 여름은 밤잠을 설칠 만큼 유난히 무덥고 뜨거웠던 것 같다. 날씨외에도 여러 가지가 뜨거웠는데, 그 중 한국영화인 “엑시트”의 열기가 특히 뜨거웠던 것 같다. 개봉 한 달 만에 900만 관객에 육박했다고 하니 대히트작이 아닐 수 없다. 필자 또한 여러 지인들과 직원들의 추천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어떤 테러리스트가 도심에 독가스를 살포하면서 주인공인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용남의 대학 산악부 후배 의주(임윤아)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가족들과 자신들의 생존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가족애와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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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속의 모티브가 되는 사건에 주목했다. 그것은 독가스를 살포한 테러리스트는 어느 화학회사의 연구원이었는데, 그가 힘들게 발명을 하고 성공하였음에도 회사에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도심에 살인가스를 살포하는 무서운 테러를 일으킨 것이다. 물론, 영화의 모티브를 부여하고자 이러한 소재를 활용한 것이겠지만 필자는 영화를 보고 나서 나카무라 슈지(現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버라 교수)가 생각났다. 나카무라 슈지는 30여년 전 니치아화학에 근무하면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 청색 LED를 발명하였고, 니치아화학은 이를 상용화하면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단숨에 글로벌 대기업으로 도약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로로 나카무라 슈지는 고작 2만엔(한화 약 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그는 회사에 대한 깊은 배신감과 실망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회사를 상대로 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도 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이 있었다. S전자에서는 연구원이 휴대폰 한글자판입력방식인 ‘천지인’을 발명하였으나 제대로 된 보상금을 받지 못하자 회사를 상대로 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고, 그밖에 D제약의 ‘먹는 무좀약’, L전자의 ‘디지털 자기기록재생시스템의 복사방지장치’에 대해 발명보상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회사와 종업원간의 다툼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고 회사와 종업원간 합의로 인해 종결되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종업원의 발명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종업원이 본인의 직무와 관련해 창출한 발명을 ‘직무발명’이라 하며, 직무발명을 회사가 승계하고 이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는 것을 ‘직무발명보상’이라 한다. 직무발명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아닌 발명자인 종업원의 것이다. 이는 회사가 발명을 하도록 종업원을 고용하고, 연구시설과 자금을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종업원 누구나 발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개인의 창의적 역량과 노력에 기여한 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허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법인의 특허출원이 전체 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법인의 특허출원 중 대부분이 바로 종업원이 창출한 직무발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발명제도는 기업의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매출증대, 기술축적, 독점적 시장지위확보 등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며, 종업원에게는 발명의 양도대가로 정당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직무만족과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상생의 제도’라 할 수 있다. 그간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의 노력으로 직무발명제도의 도입률은 2012년 43.8%에 불과하던 것이 2018년에는 64.5%로 크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중견기업 등에 비해 직무발명제도 도입률이 여전히 낮은 실정이며, 직무발명제도를 도입하였다 하더라도 승계만 하고 있을 뿐 직무발명보상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오늘날 위대한 문명을 꽃피게 된 것은 창의력에 기반한 왕성한 발명활동에서 비롯되었듯이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결정짓게 하는 것은 종업원의 창의력에 기반한 직무발명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 엑시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은 기업경영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윤창출만을 추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사회적 공헌활동을 중요하게 인식하듯 종업원의 창의력을 통해 발생된 기업의 이익을 종업원과 공유할 수 있는 내부적 공유활동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때이다. 이제 보수적 경영방식에서 엑시트(EXIT)하여 직무발명을 비롯한 지식재산 중심의 진보적 경영방식의 안전지대(Safe Zone)으로 들어서야 할 때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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