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불황에 외식업체 매장의 ‘1층 공식’이 깨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임대료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매장 공식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장기불황이 ‘패스트푸드는 유동인구가 많은 1층 대로변’, ‘패밀리 레스토랑은 접근성’과 같은 고정관념을 옛날 얘기로 만들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맘스터치는 역세권이 아닌 주택가, 2층 등 그동안 패스트푸드가 기피하던 장소에 매장을 내며 ‘맘세권’이란 조어를 만들고 있다.
맘스터치의 2층 점포는 170개로 전체 1,212개 매장 중 14%에 달한다. 바닥 없는 불황기 ‘프랜차이즈의 생존이 임대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업체들이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이다. 맛과 제품만 좋다면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찾아온다는 믿음에서다.
맘스터치의 가성비 햄버거는 ‘길가다 먹는 메뉴는 1층 역세권이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현재 맘스터치 매장은 주로 동네 상권, 2층, 대학가, 학원가, 골목 등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떨어져 ‘B급’으로 분류되는 입지에 입점해 임대료를 줄인 것이다. 한국외대, 서울시청 등 주요 상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브랜드들이 접근성 좋은 1층에 점포를 낸 것과 달리 맘스터치는 2층에 출점했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서울 명동 점포의 경우 5층 매장을 택했다. 고정비를 줄인 실용형 점포 덕에 맘스터치 매출액은 지난 2016년 1,719억원, 2017년 1,952억원, 2018년 2,226억원으로 프랜차이즈 불경기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는 ‘역세권 번화가’라는 틀을 깨고 교외로 나가 성공 사례를 쓴 곳도 있다. 경기도 양주에서 시작한 돈까스클럽은 부도심이나 교외에 대규모 가든형태로 출점하는 입점 전략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돈까스클럽 관계자는 “점포 임대 비용이 도심에 비해 낮기 때문에 가맹점 창업과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었고 절감한 비용으로 고용 확대. 메뉴 품질 개선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돈까스클럽의 전체 가맹점 65개 중 40여개는 경기도 지역에 몰려있다. 5개의 서울 매장도 인접한 시·군과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값싼 부지와 임대료 덕에 넓은 주차 시설까지 갖췄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교통정체가 덜한 곳에 있다는 장점과 함께 아이들을 주로 동반하는 가족 단위 고객에게 넓은 주차장 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돈까스클럽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불황에 따라 임대료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가맹점 입지를 제한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곳이 설빙이다. 설빙 관계자는 “기존 역세권에 입점했다가 임대료 상승에 부담이 가중된 매장은 중심 상권 외곽으로 이전해서 임대료가 매출의 10%를 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부천 신중동점과 서울 연신내점은 임대료가 높아서 폐점했다가 수익구조가 높은 곳으로 이전해 수익률 개선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설빙은 공실률이 큰 신도시 상가 등에 입점하는 방안을 안내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매장 규모 역시 소형화해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기존 설빙은 50평 이상에서만 개점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1층에 입점하는 경우 20평, 2층은 32평만 되더라도 개점할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바꿨다.
/김보리·박형윤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