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앉혔다.
국민의 51%가 뭉텅이 의혹에 휩싸인 조 후보자에 ‘아니올시다’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문 대통령은 진영논리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고래 심줄 같은 이념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9일 대국민 메시지에서 “의혹만으로 임명을 안 하면 나쁜 선례가 된다. 자칫 국민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며 깊은 고민을 했다”며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관련기사 2·3·4·5면
안보와 통상 리스크가 한꺼번에 엄습하는 다층(多層)위기도 버거운데 조국(曺國)발 ‘P(Politics·정치)의 위기’까지 덮치면서 향후 국정은 안갯속이다. 우리의 조국(祖國)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에 빠지게 됐다.
금쪽같은 한미동맹을 돈으로 계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고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미사일 도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과의 통상갈등으로 한미일 안보 공조에 생채기가 났고 러시아와 중국은 빈틈을 헤집고 들어와 우리 영공과 방공식별구역을 제집처럼 넘나들고 있다. 구한말 열강에 시달렸던 안보불안이 오버랩되고 있다.
무역·통상 풍랑은 더 거세다. 글로벌 경제패권을 다투는 미중의 보호무역 광풍에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수출은 급전직하하고 있고 일본과의 통상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출 암운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급기야 골드만삭스와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로 내렸다. 정부(2.4%)와 한국은행(2.2%)의 예상과는 큰 차이가 난다. 외부 변수에 더해 조국발 P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국정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한국당은 “법치주의는 사망했다”며 국정조사·특검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간 갈등과 삿대질이 이어지면서 국정운영은 겉돌고 탄력근로, 투자지원, 국민연금 개혁 등 핵심 정책이 표류할 공산이 커졌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이인실 경제학회장은 “경제에 진영논리가 덧씌워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내 편인가 아닌가 하는 낡은 이분법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성장과 투자 마중물을 만드는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도 “검찰개혁의 칼날이 또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투자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