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야놀자, 호텔예약앱 인수에 600억…‘내실 추구’ 여기어때와 달라지는 경영전략

英 사모펀드 인수된 여기어때…펀더멘탈 키우는 수비형 경영으로

대규모 투자유치 야놀자…M&A에 현금 살포 무차별 확장 전략

비슷한 양상 보이던 양사, 최근 경영권 변동따라 경영 전략 달라져




숙박 애플리케이션의 맞수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경영 전략이 공격형과 수비형으로 대비를 보이고 있어 향후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간 여기어때는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창업자의 경영권이 유지된 야놀자는 인수를 위해 수백 억 원의 현금을 투입하면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년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는 온라인여행(OTA) 업계 판도도 흔들릴 전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야놀자는 온·오프라인 기업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영국 사모펀드에 인수된 여기어때는 기존 온라인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야놀자, 호텔 인수에 600억원 베팅 등 “공격적 인수”=이달 초 데일리호텔을 인수한 야놀자는 인수 자금만 600억원 안팎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호텔은 야놀자가 아닌 여기어때가 먼저 인수를 추진했지만 600억원에 달하는 비싼 호가에 여기어때가 인수를 포기한 반면 야놀자는 오히려 속도를 내면서 인수를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인수금액 부담에 여기어때는 인수 결정 자체를 철회했지만 야놀자는 웃돈을 주고 경영권을 사들인 셈이다. 데일리호텔은 호텔 및 레스토랑 예약 스타트업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210개국에서 40만여곳에 달하는 호텔과 팬션, 레스토랑 등 예약 서비스를 대행한다. 야놀자는 이에 앞서 객실관리시스템(PMS) 업체 이지테크노시스도 인수했다. 이지테크노시스는 중동, 동남아, 북미 등 160개국 1만3,000곳 이상 고객사를 확보한 세계 2위 PMS 기업이다. 상반기엔 국내 1, 2위 PMS 기업 가람과 씨리얼도 인수한 바 있다.


야놀자가 이처럼 공격적인 인수 전략에 나선 것은 풍부한 자금력 덕분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부킹홀딩스로부터 6월 1억8,000만달러(약 2,15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특히 주요 주주로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이름을 올렸지만 경영권은 여전히 이수진 대표가 맡는 것도 확장 전략이 유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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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형보다는 수비형 선택한 여기어때=여기어때는 온라인 중심 내실 경영에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 부담이 우려됐던 데일리호텔 인수를 포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여기어때는 영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에 인수됐다. 경영권 인수로 1,000억원 규모 현금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회사 내 자금 유입은 시간차를 두고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교체 후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경영진의 대폭 물갈이도 없을 전망이다. CVC캐피탈은 추석 직후 이사회를 통해 최문석 전 에누리닷컴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반면 피인수 후 대개 교체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는 현재 강석남 이사가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CVC캐피탈은 여기어때의 경영 안정성을 위해 대표이사 교체 외 주요 경영진의 물갈이는 최소한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특히 강 이사에 대한 신임이 높아 예상 밖으로 CFO 자리는 유임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양사의 사업구조가 다른 데다 최대주주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 이수진 야놀자 대표와 심명섭 여기어때 대표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을 때 양사 모두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폈지만 현재는 주주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이수진 대표는 GIC 등 해외 기관에게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여기어때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경영 전략 자체가 바뀔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여기어때는 중장기적으로 다른 기업에 매각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각되기 위해선 탄탄한 실적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사업 확장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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