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배우자·연인 성폭력 피해 여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위험 32배

홍진표 성균관대 교수팀 분석

물리적 폭력 정신장애 위험도

광장공포증·강박장애 등 8배나

“초기부터 적극 상담·치료 필요”

배우자·연인 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위험이 3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안지현 임상강사 연구팀이 국내 18세 이상 여성 3,160명을 선별해 개별 대면조사해 가정·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16일 연구팀에 따르면 2015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나이, 교육 수준, 직업, 결혼, 소득에 따라 전국 23개 지역에서 선별한 여성 3,160명 중 47명이 배우자·연인 등으로부터 1회 이상 성폭력이나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 분석에는 정신질환진단도구(K-CIDI)를 활용했다. 가정·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정신장애 유병률을 국가적 규모로 조사분석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 결과 폭력의 형태나 종류에 상관 없이 정신장애로 분류된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피해 여성의 상대적 발병 위험이 높았다.


성폭력 피해 여성은 여러 정신장애 중 하나라도 발병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여성의 14.3배나 됐다. 세부 질환별로는 PTSD 32.4배, 강박장애 27.8배, 니코틴 의존증 22.4배, 광장공포증 19.6배, 불안장애 13.3배 등이었다.

관련기사



구타 등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의 정신장애 위험은 3.6배였다. 광장공포증과 강박장애가 각 8배, 니코틴 의존증 6.5배, PTSD 6배, 알코올 남용 4.9배 순이었다.

PTSD는 가정·데이트 폭력, 가족 등이 사망한 교통사고 등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뒤 1개월 이상 공포감과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이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2일~4주가량 이어지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급성이든 외상 후든 극심한 불안장애 중 하나인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비슷하다. 자주 깜짝깜짝 놀라고 우울 증상이 나타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기존에 광장공포증·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면 PTSD로 발전하기 쉽고 예후도 좋지 못하다.

홍 교수는 “폭력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봤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병을 키우고 있는 여성들이 더 있을 수 있다”면서 “폭력에 따른 마음의 상처는 평생에 걸쳐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여성정신건강학보’(Archives of Women‘s Mental Health)에 발표됐다.


임웅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