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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FOCUS] 해 넘기는 현대차지배구조 개편…실적 개선에 올인

1차 지배구조 개편안과 달리 확실한 방안 필요

다양한 시나리오 거론되지만 움직임은 없어

실적 개선 통해 지배구조 개편 명분 쌓고

모비스 및 부품 계열사 합병에 대주주 실리도 챙길듯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 부임 첫해 차량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브랜드 가치 개선으로 ‘선(先)실적, 후(後) 지배구조 개편’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관련해 시간을 두고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1차 지배구조 개편 실패에 대한 책임 의식이 있어 2차 개편안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내용을 내놔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방안을 내놓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외부에 관련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기획실 내부적으로 움직임이 있다고 하지만 당장 뭔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1차 지배구조 개편안 시나리오현대차그룹의 1차 지배구조 개편안 시나리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를 지주 회사가 아닌 지배회사로 두는 한편 현대모비스에서 AS·모듈 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로 넘기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밝힌 바 있다.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를 통해 대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해지고 인수합병(M&A) 작업 시 계열사가 함께 참여할 길도 열겠다는 복안이었다. 정 회장 부자(父子)가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한 존속 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여 기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순환출자 구조도 해소되는 한편 최소 1조원에 가까운 주식 양도세도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현대모비스의 분할 및 합병 비율이 문제가 됐다. 존속 모비스와 분할 부문을 순자산 기준으로 79대21로 나누고 현대모비스의 분할 부문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6대4로 산출했는데 어떤 기준인지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정 수석 부회장에게 너무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5월 21일 지배구조 개편 중단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즌2는 시장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대주주에 유리한 것이란 논란을 없애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분할된 현대모비스를 시장에 상장, 주가를 기준으로 현대글로비스와 상장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 시나리오 대로면 회사 분할 방안 발표 및 상장, 주주 설득 등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관련 움직임은 전혀 없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각각 분할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관련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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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시나리오 역시 가능하다. 순환출자로 문제가 되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고리를 먼저 해소한 후 상황에 맞춰 새로운 방안을 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주주 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야 하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외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나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시나리오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부회장이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작업은 움직임이 없다.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캐피코, 오트론 등 전장 부품사 합병, 현대위아와 현대트랜시스 기계부품사 합병,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합병 방안도 있다. 오토에버가 상장했고 트랜시스의 사명 변경 등 기본 요소들은 세팅이 됐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된 이후 합병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 부회장 지분이 많은 부품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면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 이후 달라진 현대차그룹/서울경제DB정의선 부회장 체제 이후 달라진 현대차그룹/서울경제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수석 부회장이 올해는 실적 개선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반기 순익은 1조8,125억원으로 62.9%, 기아차는 1조1,903억원으로 전년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반등세가 눈에 띈다. 현대차 판매량은 지난해 8월부터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늘고 있다. 기아차 판매량은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증가세다. 차량 라인업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4·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25종에 이르는 신차를 쏟아낼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있고 정 수석 부회장 체제 구축이 완성 단계인 만큼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사외이사로 시장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을 앉히는 등 변화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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