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9일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가 16일로 100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시위가 장기화·격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음달 건국 70주년 국경절 기념행사와 미중 무역협상 재개 등을 앞두고 있어 홍콩에 무력 투입을 하는 초강수를 선택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홍콩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매체들은 송환법 반대시위 100일째를 맞은 이날 시위대의 불법행위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을 통해 홍콩 시위대가 지난주 말 시위에서 폭동을 재연하면서 곳곳에서 불법행위가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고 관찰자망은 “최근 폭력시위에 참여하는 급진적 시위대 수가 많이 줄고 있지만 폭력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송환법 철폐 이전 200만명까지 모였던 집회는 지난주 말 수만명으로 규모는 줄었지만 일부 시위대가 홍콩 정부청사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시위는 격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위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는 등 반중 정서 표출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홍콩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국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의 요구가 점차 반(反)중국·독립으로 흘러가는 와중에도 중국 선전에 배치된 수천명의 무장경찰을 투입해 강경 진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경 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빚어질 경우 시진핑 지도부의 집권 2기 발판이 될 국경절 기념행사가 빛바랠 가능성이 큰데다 미국이 무역협상 테이블 밖에서 ‘인권’ 문제 등을 가지고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국경절 기념행사가 끝날 때까지는 지켜보며 내부 민심 수습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시진핑 사상을 강조한 당 법규 조례 개정을 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국경절 행사가 마무리되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 중국 지도부가 무력 투입 등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