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초대형 악재다.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사들여 완제품으로 만든 후 전 세계에 수출하는 형태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향후 6%대 경제성장마저 포기를 선언하면서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무역갈등, 일본과의 무역보복전, 글로벌 반도체 경기둔화 등으로 수출이 9개월째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 중국발 악재는 수출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중국 경기 흐름에 민감한 이유는 높은 수출 의존도에 있다.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를 사실상 외발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은 36% 수준이다. 16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6.8%가 중국으로 향했다. 이 가운데 80% 가까이가 중간재다. 중국해관총서 자료 기준으로 중국은 지난해 총 2조1,171억달러어치를 각국에서 수입했는데 한국에서 들여온 것이 2,043억달러에 이른다. 비중으로 따지면 9.7%로, 일본(1,803억달러·8.5%)과 대만(1,771억달러·8.4%), 미국(1,535억달러·7.3%)에 크게 앞선다. 이러한 현상은 2013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사안이지만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수출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싱가포르(-0.7%포인트)와 인도네시아(-0.6%포인트)에 이어 주요국 중 영향이 세 번째로 크다.
이미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악영향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후 올 8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6월 24.5% 급감한 것을 저점으로 7월(-16.6%) 소폭 회복하기는 했지만 8월 감소폭도 21.4%에 이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전체 수출을 끌어내리고 있다. 8월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3% 급감했다. 한 전문가는 “연말까지 수출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해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대처방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산 중간재가 중국 이외 유럽이나 미주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중국 시장 위축을 다른 지역 수출로 만회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다가올 상황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