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업 반대하면 잘산다는 인식 잘못"...마크롱, 전국돌며 '개혁 공감대' 이끌어

[미래 컨퍼런스 2019-佛 노동개혁을 배워라]

■佛 노동개혁 성공요인

전임 정부의 개혁실패 교훈 삼아

반발 세력 아우르려 유연성 발휘

국민 52%가 노동개혁안에 찬성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인근에 위치한 실업자 재취업 지원기관 ‘국경 없는 워크숍’을 찾아 관계자 및 구직 중인 실업자들과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하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인근에 위치한 실업자 재취업 지원기관 ‘국경 없는 워크숍’을 찾아 관계자 및 구직 중인 실업자들과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하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노동개혁의 ‘모범생’으로 주목받는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전까지만 해도 ‘노조 천국’으로 알려져 온 나라다. 프랑스 역대 정권들이 시도해 온 노동개혁은 지난 30년 동안 철저하게 거부돼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되기 일쑤였다. 그랬던 프랑스가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변혁을 받아들인 데는 개혁에 대한 지도자의 강한 의지는 물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반발 세력을 아우르기 위해 발휘한 유연성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과거에도 프랑스의 경제적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해답임을 모르는 정권은 없었다. 하지만 개혁 자체를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절해 온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6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집권당이 추진한 ‘최초 고용계약법(CPE)’이다. 이 법안은 경직된 프랑스 경제를 되살리고 높은 실업률을 잡기 위해 26세 미만 젊은이를 고용한 뒤 2년 안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되 2년 뒤부터는 특별 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와 동맹휴업이 벌어지며 나라 전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고 법안을 폐기했다. 이후 시라크 정권은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하는 등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직전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과감한 친노조 정책의 부작용으로 경제가 악화하고 지지율이 급락하자 뒤늦게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주 35시간 근로제’ 유연화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에 나섰지만 오락가락 정책으로 반발과 혼란만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프랑스 경제와 사회당의 몰락을 불러왔다. 노동개혁이 연이어 좌절되자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혁명의 나라 프랑스는 개혁은커녕 통치하기도 어려운 국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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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정부 시절 경제장관을 역임하며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마크롱은 대통령 취임 이후 ‘프랑스인을 위하는 것보다 프랑스인과 함께’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국민 대토론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개혁을 진행해 나갔다. 30년간 미뤄온 개혁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하지만 강한 반발에 좌절했던 전임 정부를 교훈 삼아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개혁 강행에 반발한 국민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자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을 잠시 미뤄둔 채 두 달간 전국을 돌며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해 국민들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또 경제장관 시절부터 “기업에 반대하거나 적게 일하면 더 잘살 수 있다는 좌파의 생각은 잘못”이라며 1998년 이후 이어져 온 주당 35시간 근무제 폐지를 제안했던 그는 연령별, 기업 규모별로 회사와 근로자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폐지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개혁의 성과는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변혁에 대한 야망을 줄여서도 안 되지만 방법 면에서도 프랑스 국민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52%가 그의 노동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신용대 전 건국대 석좌교수는 마크롱의 성공적인 개혁 추진에 대해 “혁명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이른바 ‘사회적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는 프랑스의 강한 노동조합의 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지난 30년 동안 역대 정부들이 추진하려던 개혁과제들을 막아온 ‘기득권’의 벽을 허물려는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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