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리며 저성장·고실업률이라는 고질병을 앓아 온 프랑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경제가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프랑스는 경기침체 공포가 지배하는 유럽에서 경제성장률은 물론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 회복을 자랑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신들은 프랑스 변혁의 바람이 취임 2년째를 맞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의 성과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관되게 개혁을 단행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프랑스 실업률은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내린 8.5%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직후 23%를 넘어섰던 청년 실업률은 1년 전에 비해 1.5%포인트나 하락했으며 민간 영역에서는 1·4분기에만 6만6,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프랑스 경제의 최대 난제였던 실업률이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면서 마크롱 대통령 임기인 오는 2022년 말까지 실업률을 7%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의 질도 개선됐다. BNP파리바는 올해 프랑스의 정규직 일자리가 24% 증가하면서 일자리 건전성이 크게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다국적 식음료 업체인 다농의 인사담당자도 “프랑스 기업들이 많은 일자리, 특히 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마크롱의 노동개혁으로 고용 부담이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직됐던 고용시장이 순환되기 시작하자 프랑스 경제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프랑스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인 0.3%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같은 기간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마저 -0.1%로 역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글로벌 자금도 프랑스로 유입되고 있다. 유럽의 성장 엔진인 독일을 따돌리며 빠른 경제 회복력을 보여준 프랑스에 대해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프랑스 경제가 독일 중심의 유럽의 우울함을 달래주고 있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 경제의 변모는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이후 꾸준하게 실업급여 혜택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늘리는 등 강력한 노동개혁을 단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 프랑스는 오랜 기간 노조의 협상권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기업의 노동자 해고가 어려워졌고 신규 고용 또한 경직된 상태였다. 또 실업수당이 높아 노동 유인 또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기에 기술 발전으로 숙련 노동자가 부족해지면서 미숙련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실업이 증가했다.
개혁을 앞세워 정권을 쥔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선거 공약이었던 노동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기존 정당들이 번번이 실패했던 노동개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노조의 협상 권한을 축소시키고 해고와 고용을 간소화하는 등 노동 유연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고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우선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산별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해 기업별 노조로 교섭의 중심을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또 부당해고 관련 제소 가능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부당해고 시 퇴직금 상한선도 줄이면서 기업의 부담을 줄였다. 근로자들의 원활한 구직을 위한 투자와 제도 마련에도 나섰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반복적으로 단기계약직을 쓰는 기업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만들었다. 또 노동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필수 근로기간을 늘리는 등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법안에는 28개월간 넉 달만 일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법 개정 후에는 24개월 동안 최소 여섯 달은 일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일하는 사람보다 실업자가 더 많이 버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꾸고 실업자의 노동 유인을 높여 실업률과 정부의 재정을 줄이려는 포석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앞으로 3년간 실업급여 재정을 34억유로 절감하고 실업자 수를 최소 15만명 줄일 수 있다”며 “이런 방안을 통해 대량 실업 문제에 대처하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환상을 끝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