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예군 양성’ 염원 담은 131년 전 주미공사 편지 발견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

조선 파견 美 교관에 보내

박정양 주미전권공사가 지난 1888년 미국 워싱턴DC 공사관에 재직할 시기의 모습. /사진제공=국외소재문화재재단박정양 주미전권공사가 지난 1888년 미국 워싱턴DC 공사관에 재직할 시기의 모습. /사진제공=국외소재문화재재단



131년 전 고종이 파견한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1841~1905년·사진)의 ‘정예군 양성’ 염원을 담은 친필 편지가 발굴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역사박물관의 민병용 관장으로부터 박정양이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육군교사(군사교관) 존 G 리에게 보낸 서한을 지난 7월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박정양이 1888년 6월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서울로 부친 이 편지는 펼쳤을 때 가로 24.8㎝, 세로 20.0㎝이며 상단에 공사관 전용지임을 나타내는 영어 문구인 ‘리게이션 오브 코리아, 워싱턴(LEGATION OF KOREA, WASHINGTON)’이 찍혔다.


편지지 오른쪽에는 한자, 왼쪽에는 영어를 각각 적었다. 한문 편지에는 리가 서울에 잘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연무공원(鍊武公院)은 이미 개설됐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군대 위용이 이제부터 더욱 빛날 터이니 대인이 뜻과 마음을 다해 가르쳐 정예병으로 키워달라”는 당부를 담았다. 영어 편지는 안부를 묻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간략한 내용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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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박정양이 미국 생활을 글로 남긴 ‘미행일기(美行日記)’에 1888년 1월 말 육군교사 파견을 앞둔 리 일행이 주미공사관을 방문해 인사를 나눴다는 기록이 있다”며 “박정양이 본국에 편지를 보냈다고 기록한 일자와 편지 발신일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편지 수신인인 리는 1888년 4월 퇴역하고 연무공원에 속해 조선 장교를 양성했다. 연무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관 양성 교육기관으로 1888년 설립돼 1894년까지 존속했다.

박정양의 편지는 2005년 재미동포 고(故) 맹성렬씨가 온라인 경매에서 구매한 뒤 올해 5월 한인역사박물관에 기증했고 재단이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와 함께 박물관 유물을 조사하던 중 그 존재를 확인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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