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하청 업체를 운영하다가 폐업한 뒤 찾아온 50대 남성이 기억납니다. 그분은 인생을 돌이켜보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게 기뻤다’고 하더라 구요. 이제 소상공인의 취업을 돕는 열정적인 컨설팅 강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재기교육기관인 에듀인잡컨설팅 강사인 김영민(37)씨는 22일 서울경제와 만나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좌절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인생 ‘이모작’을 열도록 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은 김 강사처럼 전문 강사를 통한 상담과 다양한 교육을 통해 취업을 돕는다. 폐업했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에게 사업정리 컨설팅부터 철거·원상복구 비용 지원, 재기교육, 취업 알선까지 도와주는 소상공인 맞춤형 정책이다. 현재 전국 16개 기관에서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김 강사는 “일반적인 재기 프로그램은 창업에서 창업으로, 취업에서 취업으로 연결하는데 창업했던 분을 취업으로 연결하는 사업은 아마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 실패를 겪고 금전적 어려움에 봉착한 소상공인에게 이 지원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나이가 들수록 뛰어넘어야 할 취업의 벽이 높아지는 만큼 꼭 문을 두드려보라는 당부다.
“빚 없이 폐업을 하는 경우에도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는 거죠. 상담하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분들도 많아요. 창업과 취업은 정말 다릅니다. 취업 경험 없이 취업 전선에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희망리턴패키지 교육은 본인 강점을 파악하는 일부터 구직 노하우, 모의 면접, 면접 팁,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법 등 세심하게 이뤄진다. 특히 대부분 가게를 직접 운영한 ‘사장님’인 탓에 면접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면접 교육이 이전보다 강화됐다. 교육생끼리 서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 강사는 “대부분 교육 만족도가 높다”며 “폐업을 경험한 공통점 때문에 동병상련 감정을 느끼고 서로를 격려한다”고 말했다.
지원사업의 성공 사례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40대 후반 여성은 편의점 재고 관리 경험을 발판삼아 현재 간호조무사로 활동 중이다. 고시텔을 운영하던 50대 여성은 유치원 급식 조리사가 됐다. 홍삼즙과 같은 건강식품을 만들어 팔던 60대 남성은 교육 과정에서 알게 된 약초 연구 민간자격증을 얻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김 강사의 아쉬움은 ‘신용불량자에게 취업 문이 더 좁다’는 점이다. 그는 “20여명의 교육강좌에서 2~3명은 신불자”라며 “이분들의 취업이 더 어려운 게 현실인데, 신불자에게 특혜를 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와 민간기업이 이분들의 사정을 생각해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