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 인공지능 개발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의 수요가 폭증했듯 전 세계 바이오업계에서는 플라스미드 확보에 한창이다. 세균의 세포 내 복제 돼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작은 원형 DNA를 뜻하는 플라스미드는 최근 떠오르는 첨단의약품인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필수 원료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최근 미국 유전자치료제 시장 성장으로 올 들어 6차례 플라스미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며 “경쟁력 있는 플라스미드 제조 업체가 많지 않은 만큼 공장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등 유전자치료제는 이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소위 ‘뜨는’ 분야입니다. 플라스미드는 이들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료입니다. 졸젠스마, 킴리아 등 첨단 유전자치료제가 이제 막 품목허가를 받고 시판됐고 전 세계에서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은 셀 수조차 없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폭증하는 플라스미드 수요에 맞춰 공장을 증설해 리보핵산(RNA) 백신 개발을 위한 캐시카우로 삼을 예정입니다.”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텍사스의 자회사 VGXI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정하는 생산규격(cGMP)을 갖춘 VGXI는 연구개발용 플라스미드를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FDA가 cGMP 규격을 맞춘 상업생산시설에서 플라스미드를 생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미드 확보를 위한 대기 기간만 3년 가까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바이오업계의 잇따른 악재로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 대표는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한 물질에 ‘올인’했던 바이오 업계의 풍조가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연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익구조 개선에 박 대표가 눈을 돌린 이유다.
박 대표는 플라스미드 공장 증설을 통한 매출을 바탕으로 RNA, DNA 백신의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DNA 백신의 글로벌 임상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 두 백신은 전 세계에서 임상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상황이다.
최근 국회의 문턱을 넘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첨단바이오법)에 거는 기대도 크다. 박 대표는 “메르스 백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단계에 있는 만큼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염병의 경우 빠른 예방만이 중요한 만큼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