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하며 지방자치단체에 역대 최대 규모의 미세먼지 예산(6,810억원)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집행률은 2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사업의 본 예산 집행 실적이 부진한데다 뒤늦게 통과된 추경 예산안의 집행도 늦어지면서 올 겨울 미세먼지 대응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서울경제가 환경부와 17개 지자체에 ‘시·도별 저공해조치 국비 지원 내역과 집행 상황’을 정보 공개 청구한 결과 올해 미세먼지 예산으로 투입된 국비 6,809억9,500만원(본 예산 1,881억3,300만원+추경 예산 4,928억6,200만원) 중 현재 지자체에서 집행된 금액은 1,610억6,00만원(23.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348억8,300만원 중 495억2,700만원(36.7%)을 써 그나마 가장 높은 집행률을 기록했다. 제주가 82억2,000만원 중 25억7,000만원(31.3%)을 집행해 뒤를 이었고 인천(29.4%)과 경기(21.0%), 부산(19.3%), 경상남도(19.2%), 전라북도(18.6%) 등이 뒤를 이었다. 세종은 3,147억원의 예산 중 244억원(7.8%)을 쓰는 데 그쳤다.
역대 최대 규모의 미세먼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는 추경 예산의 국회 통과가 8월 초로 늦어진 것이 저조한 집행률을 기록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미세먼지 추경 예산안을 제출한 것이 지난 4월임을 고려하면 본 예산 집행도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경 예산안 중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비중이 상당했던 만큼 상반기 예산을 미리 소진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부터 본 예산 이상으로 집행할 것을 예상하고 서둘렀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남은 3개월 동안 집행을 서두르게 되는데 마치 연말에 보도블럭 공사를 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자체의 설명과 달리 사업별 집행액을 살펴 보면 조기폐차와 매연저감장치(DPF·pDPF)를 제외할 경우 본 예산 대비 집행률도 크게 떨어진다. 서울은 조기폐차에 배정된 321억6,000만원 중 249억1,600만원(77.5%)을 썼고 DPF·pDPF에는 본 예산(100억3,9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227억6,200만원을 집행했다. 반면 질소산화물(PM.NOx) 저감 장치 사업의 경우 33억7,500만원의 본 예산 중 7억8,400만원(23.2%)만 사용했고 건설기계 엔진교체에도 5,430억원 중 765억원(14.1%)만 썼다. 건설기계 DPF 역시 본 예산(47억1,000만원) 중 4.3%(2억400만원)만 소진했고 운행제한 카메라에 배정된 10억8,400만원의 본 예산은 한 푼도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건설기계 DPF와 건설기계 엔진교체 사업에 각각 50억700만원과 165억8,800만원의 추경 예산을 더 배정받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배정한 미세먼지 예산을 모두 소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데다 적절한 투입 시기마저 놓쳐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미세먼지 예산 대부분은 여름철 미세먼지를 많이 생성하는 차량과 관련돼 있다”며 “그동안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 겨울 미세먼지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지방 의회의 경우 지난달 초 국회를 통과한 추경 예산안이 여전히 계류 중인 점도 문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달 안에는 추경 예산이 지방 의회를 통과하겠지만 워낙 늦게 처리됐기 때문에 올해 안에 모두 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환경부는 지자체의 예산 집행을 독려해 올 해 안에 추경 예산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뒤늦게 통과된 추경 예산이 본 예산보다 규모가 커서 집행률이 떨어진 것인데 조기폐차와 DPF·pDPF 사업은 본 예산을 거의 다 소진했다”며 “남은 3개월 추경 예산 사용을 독려해 모두 집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