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장기 파업 예고한 한국GM 노조 '勞勞갈등' 벽에 부딪치나

노조 "지금은 전초전 불과

앞으로 강력한 투쟁 요구"

강경 일변도에 거센 반발

일터로 복귀 조합원도 늘어




GM에 피인수 이후 22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한국GM 노조가 ‘노노(勞勞)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노조의 강경 일변도 투쟁 지침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이 파업 기간에도 자진해서 일터로 향하고 있다. 노조가 “지금은 일할 때가 아니고 의무를 다할 때”라며 내부 단속에 나서지만 노조원들은 파업에 지쳐가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23일 “GM 자본과의 싸움은 지금 전초전에 불과하고 예상 밖의 장기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9일 사측과 37일 만에 가진 9차 교섭이 아무 성과 없이 결렬된 직후 오는 27일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카허 카젬 사장의 퇴진과 미국에서 들여오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노조는 23일 “노동조합의 투쟁은 절체절명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사측의 주장은 공장을 축소하고 (부평2공장의) 생산물량을 빼겠다는 것인데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파업의 명분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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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조의 강경 투쟁 지침은 적지 않은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8,594억원의 순손실을 비롯해 최근 5년간 4조4,447억원의 누적 적자를 낸 상황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지 않은 한국GM 조합원들은 강경 투쟁 일변도인 노조에 “전 세계적인 판매량 급감에 따른 생산량 감축이 파업으로 해결될 일이냐”라는 반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파업 기간에도 조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노조 집행부가 이달 19일 교섭 결렬 직후 카젬 사장에 대해 ‘벌레’라고 지칭하는 등 ‘막말’을 한 것을 두고도 “이런 감정싸움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론도 일어나고 있다.

노조 또한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강도 높은 파업 속에 조합원들의 투쟁 지침에 반하는 행위가 목격되고 있다”며 “일부 조합원 동지들이 ‘회사가 어렵다는데 파업을 왜 하느냐’ ‘손해가 많은데 왜 파업을 계속하느냐’ 등의 불평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어려운 건 알지만 팀장 이상은 성과급 잔치에 임금 인상까지 했고 신차 물량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사측의 횡포를 알면서 몰래 일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돌아보고 조합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근 파업 시 불참하거나 잔업·특근을 하는 조합원이 있으면 해당 부서의 부서장 퇴진 운동을 벌이기로 ‘투쟁 지침’을 내린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GM 노조의 강경 투쟁과 이의 장기화 지침이 회사 실적뿐 아니라 ‘일자리 지키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그들이 주장하는 일자리 지키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라며 “생산력을 높여 공장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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