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도소 포화에...가석방만 늘리는 정부

최근 5년간 3,000여명 늘어

법무부 "제도적 문제 없다"지만

"국가형벌권 약화" 비판 만만찮아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해소책으로 범죄자의 가석방을 늘리는 ‘임시방편 조치’에 치중해 국가형벌권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정시설 수용률이 심각한 포화 상태여서 어쩔 수 없다는 게 명분이지만 교정시설의 목적인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채 가석방만 늘리는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지난해 법무부 결산 검토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간 가석방 출소자는 2014년 5,394명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8,693명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형기별 출소자를 보면 형기 70% 미만은 18명에서 67명으로 3배 이상 확대됐고 형기 80% 미만도 432명에서 1,500명으로 증가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9,000명대로 늘고 현 정부 임기 내에 1만명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범죄자를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범죄자를 교화함으로써 정상적으로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재사회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소홀히 한 채 범죄자의 가석방 출소를 늘리는 땜질 처방에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주민 반발 등에 따른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교정시설 확충이 단기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착공에 들어간 뒤 1년여 만에 공사가 전면 중단된 거창구치소가 대표적이다. 당시 법무부는 거창군에 법조타운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치소까지 들어선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발단이 됐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 신축도 20년째 주민 반발에 가로막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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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정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다. 지난해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평균 수용인원은 5만4,744명으로 전체 수용정원 4만7,820명 대비 평균 수용률이 114.5%에 달한다.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은 2012년 100%를 돌파한 이래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예결위는 “과밀수용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교정제도의 실효성이 저감될 우려가 있고 국가의 교정행위가 헌법을 위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뿐”이라며 “심지어 과밀수용을 당한 수용자들의 국가배상청구로 인해 대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가석방 출소자 확대는 제도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형법상 가석방은 전체 형기의 3분의 1을 충족하면 심사 대상이 된다. 이후 법무부 장관 소속의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각 교도소로부터 대상자를 추천받아 선정하지만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가석방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고, 가석방 확대 대상은 재범가능성이 낮은 모범수형자와 환자·고령자·장애인·생계형사범 등 사회적 약자, 취업을 통해 안정된 사회복귀가 예상되는 자 등에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가석방 제도와 교정시설 과밀수용은 연관성이 낮고 가석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권한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며 “가석방 제도의 확대가 실질적인 형기 단축으로 인식되면 무엇보다도 엄정해야 할 국가형벌권의 위상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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