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부·지자체 떠밀기행정…수소충전소 또 무산될 판

정부-서울시 부지 확보 엇박자

산업부 '수소경제로드맵' 유명무실

2515A01 삐걱대는 수소충전소 사업



서울시 수소충전소 설립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석연찮은 이유로 설립에 반대하는 가운데 충전소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던 정부 부처도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소차 등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분야를 육성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엇박자로 겉도는 것이다.

24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양천구 버스차고지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려던 사업자에 ‘부지 활용 불가’를 통보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에 충전소를 세울 만한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으며 천연가스 충전시설이 이미 자리해 사고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설명은 관계부처의 입장과 배치된다. 앞서 사업자는 해당 부지에 충전소를 들이기 위해 환경부가 주관하는 수소충전소 민간자본보조사업에 응모했고 환경부는 심사 끝에 충전소 설립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가 가져온 도면 등을 바탕으로 해당 부지에 충전소를 들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안전성 문제도 심사과정에서 당연히 검토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계부처는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서울시가 지역 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설립을 반대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부지 사용허가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해당 부지에 충전소를 설립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초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를 310개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환경부는 충전소 사업자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후방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부지 확보를 두고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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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양천 버스 차고지가 기존 버스를 수용하기에도 공간이 부족하다며 충전소 건설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시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사업자는 서울시내의 한 공공시설 유휴부지를 대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부지에 대량의 토사가 쌓여 있는데다 서울시가 수억원에 달하는 토사처리 비용을 전적으로 사업자에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수소충전소 사업자는 “수소자동차가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터라 사업자는 수년간 적자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추가 부담을 지라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소충전소 설립이 좌초 위기를 겪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충전소를 짓기로 한 부지에 이미 다른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 잡힌 것을 산업부와 서울시가 뒤늦게 확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사업자들은 수소 충전소 설립이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부지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소충전소 한 곳을 만드는 데만 30억원이 소요되고 연간 최소 운영비가 2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시장에 수소자동차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초기 적자가 불가피한데 임대료 부담마저 덜지 못하면 사업자로선 수소충전소 설립에 뛰어들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한 사업자는 “사업 성격상 운영비로 이익을 남길 수 없는 만큼 임대료 부담이라도 줄이려면 저렴한 공공기관 소유지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는 주민 반발 때문에 땅을 내주지 않고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손 놓고 있으면 서울시 내에 충전소를 추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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