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와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공동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허울 좋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만 늘리면서 고용 안정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일자리의 질’에 대해 특히 박한 평가를 내렸다. 정부 정책이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답한 인원은 10.9%에 그친 반면 ‘질 낮은 단기 일자리만 만들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44.2%에 달했다. 이런 인식은 일자리의 절대적인 증감에 대한 체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가 줄었다’(39.7%)는 응답이 ‘늘었다’(21.5%)는 응답보다 18%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는 소득 양극화 해소에 대해서도 상당수 국민은 의문 부호를 달았다. ‘소득 양극화가 해소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응답자는 66.5%에 이르렀으나 ‘해소됐다’고 생각한 사람은 28.2%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추경호 한국당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소득 5분위 가구와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 내린 결론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방안의 경우 모든 연령층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인식보다 높게 나왔다. 실제로 ‘양극화가 해소되지 못했다’고 말한 응답자의 비중은 19세~20대는 67.5%, 30대는 68.5%, 40대는 60.3%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문재인 정부를 떠받치는 핵심 지지층조차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사실상 ‘실패’라는 딱지를 붙인 셈이다.
상당수 국민은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응답자의 42.6%는 ‘기업과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을 고려하면 삭감 또는 동결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2018년 16.4%, 2019년 7.9%나 올랐다가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2.87% 인상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32.5%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내린 결정이었다’며 다행스럽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우선 과제로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30.1%), ‘소득주도성장 폐기 및 수정’(26.6%), ‘청와대 및 정부의 경제팀 교체’(18.4%) 등을 지목했다. 재정을 투입해 단기 노인 일자리만 잔뜩 양산한 이면을 외면한 채 ‘고용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하는 대신 경기 여건을 냉철하게 평가하면서 핵심 경제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고용 안정과 가계소득’(32.0%), ‘국민 경제’(24.9%), ‘사회적 혼란’(16.8%) 등이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특히 ‘사회적 혼란’이 세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을 비롯한 인사 정책이 보수와 진보의 극심한 분열을 초래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국민 생활경제’와 ‘국가 경제정책’의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됐다. 국민 생활경제는 지난 17~20일, 국가 경제정책은 지난 20~22일 전화 면접조사가 이뤄졌다. 두 조사 모두 설문 규모는 700명이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7%포인트다. 응답률은 각각 18.7%, 15.1%였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