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외환경 악화, 도전과 응전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

美中 무역분쟁 등에 수출 타격

부품소재 육성책은 시간 걸려

한계기업 등 위험 관리 힘써야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 경제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글로벌 경기악화,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 내수부진 등 한 가지만 해도 대응하기 만만찮은 도전이 즐비하다.

글로벌 경기둔화는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며칠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3.5%에서 3.1%로 낮췄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선진국·신흥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세계 경제는 미국과 유로존이 쌍끌이로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수출형 소규모 개방국가인 독일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연쇄적으로 유로존 전체 성장률이 둔화된 것이 글로벌 경기둔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주로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던 중국의 제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 이로 인해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며 반도체 등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던 우리나라 역시 충격이 불가피했다.


실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올 7월까지 약 2,600억달러로 전년동기의 2,971억달러에서 약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 규모도 10% 정도 줄었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도 8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9.6% 감소했고 감소폭 역시 조금씩 확대되는 실정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24.4%, 석유제품 9.9%,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15.2%, 합성수지가 12.9% 줄어 주로 중간재 성격의 수출 감소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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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미중 무역분쟁은 대선 때인 2020년 11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가장 큰 업적은 중국을 압박해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이끌면서 ‘나홀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결국 부메랑이 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OECD와 반대로 2.1%에서 2.2%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금리는 0.25%포인트 내렸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잠재적 성장 하락 요인에 대한 선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트럼프가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문제를 야기하면서까지 연준을 압박하는 데는 미중 무역분쟁을 최대한 끌고 가면서 성장률도 견인하겠다는 속셈이 담겼다.

이러한 전략은 세계 교역량 감소와 서플라이체인 붕괴를 초래해 독일·우리나라 같은 수출주도형 국가를 덮치는 해일이 될 수 있다. 내년 말까지 우리 수출이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은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일본의 노림수는 반도체 산업에 집중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반도체 수요 감소로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성장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우리 경제의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품소재 산업같이 우리 경제의 서플라이체인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하는 정책에 주력하는 것은 뒤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품소재 산업이 자리 잡는 데 적어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공급 공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부가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위험관리다. 한계기업과 가계부채 같은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만약에 대비해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를 늘려야 한다. 재정 또한 위기 상황 시 어떤 부분에 얼마만큼 쏟아부어 대응할지 정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활을 쏠 때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를 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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