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검찰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대학 입시 비리 수사로 연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대학 입시 비리가 터져 수십 명에 이르는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고 징역형 등을 선고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기업 임원이 자신의 아들을 미 서부 명문대학인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문서를 조작하고 25만 달러(3억원 가량)를 건넨 혐의로 4개월의 징역형과 500시간의 사회봉사, 9만 5,000달러(약 1억 1,3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LA에서 폐수 처리 관련 다수 사업체를 운영하는 민간기업 아쿠아텍처(AquaTecture)의 대표 데빈 슬로운(53)은 자신의 아들이 스포츠를 해본 적이 없는데도 국제 수상 폴로 경기의 스타 선수로 묘사된 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아들을 위해 온라인에서 수구 장비를 구입하고 수영장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슬로운 대표는 아들의 입시를 위해 입시 컨설턴트인 윌리엄 릭 싱어의 가짜 자선단체에 20만 달러를 지불하고,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스포츠 관계자인 도나 하이넬의 계좌에 5만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슬로운 역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를 졸업했다.
슬로운은 법정에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윌리엄 싱어의 계획에 말려들었다”도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내 아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원해왔다”면서 “그 행동들이 그것과 반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미 보스턴 연방 검찰은 지난 8년 동안 부유층 학부모들이 입시 컨설턴트 등에게 거액을 주고 대리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대학운동부 코치들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녀들을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사실을 적발했다. 이 사건은 ‘미국판 스카이캐슬’로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학부모와 입시 브로커, 운동부 코치, 입시 관리자 사이에 오간 뒷돈만 무려 2,500만 달러(약 283억원)에 이르는 전대미문의 입시 스캔들로 기록됐다. 학부모 34명을 포함해 운동부 코치, 체육계 인사 등 50여명이 기소됐다.
슬로운의 재판을 담당했던 인디라 탈와니 미 지방법원 판사는 “이 모든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범죄는 아이를 위한 기본적인 보살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탈와니 판사는 “자신의 아이를 위한 일인가, 자신의 지위를 위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에릭 로젠 연방검사는 이날 슬로운의 기소 이유에 대해 같은 입시 비리로 재판을 받았던 미 여배우 펠리시티 허프먼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검사는 “허프먼은 아이를 범행에 가담시키지 못하게 했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리지 못하게 했다”면서 “그러나 피고는 말 그대로 아들을 범죄 속에 던져넣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