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실제 사업자가 부가세 신고·납부했다면 차명 가맹점 매입세액도 공제대상 포함"

대법, 가맹점에 가산세 23억 부과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획일적 과세 행태에 제동···기재부 "관련제도 정비"




차명으로 가맹점을 운영했더라도 실제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를 책임졌다면 가맹점의 매입세액 역시 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세금계산서상 사업자등록번호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포탈과 무관한 회사에까지 가산세 등 세무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이 차명 사업체에 대한 공제 대상 제외와 가산세 부과 예외 기준을 명확히 하면서 기획재정부와 세무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최근 전화번호부 발행·배포 업체인 A사가 천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지난 2002년부터 전국 38개 가맹점 중 직영가맹점 32곳을 파견직원 명의의 개인사업체로 운영해왔다. A사는 해당 직원의 차명 사업자등록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수수해 직접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했다. 하지만 2013년 12월 세무당국은 A사가 허위로 세금을 신고했다며 명의위장등록가산세 4억여원을 부과했다. 또 2008~2013년 직영가맹점이 다른 사업자에게 발급받은 세금계산서는 매입세액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부가가치세·부당과소신고가산세·납부불성실가산세 등 19억원의 세금을 추가 부과했다.



A사는 이 처분에 불복해 2014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당했다. A사는 “종업원 명의로 사업장을 등록한 것은 세법상 ‘부정행위’가 아니므로 총 23억여원의 세금 부과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2심은 “명의 차용 등록번호가 기재된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며 세무당국의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실제 사업자는 A사가 명백한 만큼 직영가맹점의 매입세액도 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매출 축소신고 등의 목적이 의심되는 세금계산서의 ‘공급자(상품 판매자)’와 달리 ‘공급받는 자(상품 구매자)’는 차명 사업체 운영으로 과세질서를 어지럽힐 염려가 거의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명의위장등록가산세 4억여원도 부과제척기간 5년이 경과된 시점에 처분이 이뤄졌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실제 사업자가 온전히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사업을 영위했다면 타인 명의의 세금계산서 등록번호도 실제 사업자의 등록번호로 기능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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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모든 차명 사업체에 세금계산서상의 잘못을 지적하며 매입세액 불공제와 가산세 부과를 고수하던 관행도 종말을 고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화우의 정종화 파트너변호사는 “대법원이 세금계산서 인정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앞으로 과세 실무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며 “다만 사업자들이 타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모든 행위 자체를 허용한 판결은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2017년 9월부터 이번 대법원 판례와 같은 세금계산서에 대해서는 매입세액을 공제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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