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허울뿐인 대통령주재회의] 수출 9개월째 마이너스인데 靑 무역투자회의 한번도 안해

국가 미래전략 수립할 4차산업혁명위 2년전 첫 회의 참석이 전부

일자리위 1년간 발길 끊어…제조업 르네상스 회의도 '감감무소식'

대통령주재 경제회의 빈사 상태…"文 경제 관심없다 말까지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0월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M15’ 공장에서 제8차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하며 기업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0월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M15’ 공장에서 제8차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하며 기업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연합뉴스



수출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 진흥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위원회도 1년째 대통령 없이 열리고 있다. 경기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정부가 경제활력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경제 활성화 회의는 빈사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접 챙겨오던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지난 2017년 2월 ‘수출 플러스 전환을 위한 총력 대응’을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수출에 이미 경고등이 켜졌던 올 초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 회복을 위해 무투 회의 부활을 건의할 의향이 있다”고 했지만 기약조차 없다. 정부는 연말까지도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투 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총리 주재에서 대통령이 직접 여는 수출진흥확대회의로 격상한 것이 그 모태다. 김대중 정부는 ‘무역투자진흥 확대회의’라는 명칭으로 1년에 한 번씩 개최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무역진흥 확대회의’로 세 차례 열렸다.

청와대가 대통령 주재 주요 경제 회의 개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역·투자만이 아니다. 정부 출범 초 2~3달 간격으로 열리던 일자리위원회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통령이 매일 일자리 상황을 점검합니다’라는 문구가 올라와 있지만 지금까지 총 열두 차례 열린 일자리위원회 중 1·3·5·8차만 대통령이 주재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17년 10월, 혁신성장보고대회는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주재한 후 자취를 감췄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발전 방안을 다루고 종합적인 국가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이지만 2년 가까이 대통령 없이 개최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 6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 대책을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이 나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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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일본이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돌입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지난달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선 정도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핵 이슈나 ‘조국 대전’에 묻혀 경제 살리기라는 정책 의지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청와대가 현 경제상황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문 대통령은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대외 여건 악화 속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알리는 신호가 곳곳에서 울려도 위기인식이 별로 없는 것이다. 경제를 비상한 상황으로 보지 않는데 컨틴전시플랜이 나오겠느냐는 의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이 없다면 대응책도 나올 수 없다”면서 “분명한 인식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시장은 ‘대통령이 챙길 정도로 신경을 쓴다’고 받아들이는데 이런 부분이 활발하지 않다 보니 대통령이 경제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매주 열리는 ‘경제활력 대책회의’에 문 대통령이 때론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안팎으로 경제가 어려운 만큼 대통령 주재 경제 회의가 갖는 의미와 시그널을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최일선에서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고 독려해야 정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경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자주 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은 올 4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데 이어 8월에는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후 부품·소재 기업 현장도 찾았다. 다만 정부의 기업 정책에 기조적 변화가 읽히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단순 이벤트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기업 애로가 정책 수정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늘어난 점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긍정 효과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한재영·정순구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정순구·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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