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돈줄 끊으려는 美...관세폭탄보다 큰 메가톤급 충격오나

[금융으로 번진 미중전쟁]

中기업 투명성 낮아 투자자 보호 명분이라지만

탄핵국면 전환·中과 무역협상서 주도권 노린듯

알리바바 5% 폭락...현실화땐 글로벌시장 재앙

미국 정부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중국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자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전광판이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빨간색으로 가득 차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중국 알리바바가 이날 5.15% 폭락하는 등 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뉴욕=AFP연합뉴스미국 정부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중국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자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전광판이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빨간색으로 가득 차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중국 알리바바가 이날 5.15% 폭락하는 등 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뉴욕=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對)중국 투자제한을 검토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 기업의 불투명성과 자국민 보호다.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감사법인 조사가 어려워 중국 기업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말 투자가들에게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죄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주요 펀드들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주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를 참고해 투자한다. MSCI에 편입된 특정 국가 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 해당 종목으로 유입되는 미국 등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다. 그만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수백개의 중국 기업이 MSCI에 편입됐다. 미 정부가 현재 거론되는 대로 주가지수 내 중국 업체에 투자 상한이나 제한을 두게 되면 중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타임테이블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 실제로 추진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미국의 대중국 투자제한 방안으로는 공적 연기금을 통한 중국 투자제한이 유력하다. 앞서 대중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연방공무원의 연금 운용을 관리하는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에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 재무부가 중국 업체의 증시 퇴출과 관련해 “지금은 상장을 막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 방안도 상황에 따라서는 향후 추진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재무부의 부인 내용을 전하면서 ‘지금(at this time)’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해당 사안을 검토한 것은 사실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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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미 의회와 백악관의 과거 행보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지난 6월에는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또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바탕으로 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시사한 바 있다. CNBC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확정된 게 없고 정해진 기한도 없다”면서도 “백악관이 미국의 대중국 투자에 대해 일부 규제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이 논의에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모든 금융투자를 차단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인민해방군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미국이 중국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공산당과 전략적·경제적 경쟁자에게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중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자본이동제한이 현실화하면 수천억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뛰어넘는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중 투자제한 검토 소식에 27일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0.2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53%, 1.13%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대표적인 중국 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이날만 5.15% 폭락했다. 미중 경제안보심의위원회에 따르면 156개의 중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달러(약 1,440조원)에 달한다. 미중 무역갈등에 취약한 우리나라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불안감을 나타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백악관이 이 조치를 강행한다면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파급력 탓에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투자제한 조치를 추진할 확률이 낮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탄핵조사 개시로 국면 전환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무역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엄포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일부 관리들은 (투자제한) 조치들이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이들은 취약한 미중관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 문제를 진전시키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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