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마트시티, 기술이 시민 통제해선 안돼"

피터 잭 '레드닷' 회장

시민 주도적으로 시스템 운영해야

스마트도시 앞서가는 서울 좋은 모델

세계대도시 신기술 활용 놓고 고민

취약층 소외문제도 머리 맞댈 필요




“서울을 비롯한 세계의 대도시들이 첨단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시티’를 추구하고 있고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서울은 앞서가고 있으며 다른 도시들의 모델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기술 활용을 통해 서울은 ‘스마트한 특징을 가진 도시’가 돼야 합니다.”

독일의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레드닷’의 피터 잭(Peter Zec·사진) 회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세계의 대도시들은 신기술에 대한 활용법을 고민해야 하고 서울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지난 19~20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잭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시티’란 유연성을 바탕으로 시민 모두가 즐겁게 살아 갈 수 있는 도시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해 본다”며 “대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있어 디지털 등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되 이게 통제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민의 안전을 이유로 도시 곳곳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할 경우 이는 자칫 시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도시는 시민들을 신뢰해야 하고 그 시민을 위해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데 CCTV 등은 자칫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수 있다”며 “시민이 기술에 의해 통제 되는 게 아니라 시민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어야 도시가 바로 스마트한 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을 예로 들며 내가 이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은 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위치 등 나에 관한 정보는 계속 수집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고 이게 지속되면 결국 기술에 의해 사람이 통제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도시는 시민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지 이를 통제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서울의 빠른 변화와 그로 인해 생긴 문제들에 대한 고민도 짚었다. 잭 회장은 “서울이 지난 몇 십년간 경험한 변화는 다른 지역을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교통혼잡, 기존 인프라 과부하, 공공기관 업무 과중 등 도시화 진전에 따른 난제들도 맞게 됐다”며 “기존 도시의 재설계와 디지털화 등을 통해 이런 난제를 해결한다면 살기 편한 도시, 스마트 시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시티가 시민과 정부, 기업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난제도 대비해야 한다고 잭 회장은 조언했다. 그는 “빈곤속에서 사회적 서비스를 제대로 못 누리는 계층은 스마트 시티에 관심이 없고 결국 스마트 시티가 불평등과 취약계층의 소외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또 이동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에게는 스마트 시티의 신기술이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잭 회장은 의사결정권자들을 향해 ‘스마트 시티’ 보다는 ‘스마트한 특징을 가진 사회적 도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이너가 물건을 디자인 할 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절대 간과하지 않는다. 도시의 새로운 시스템을 시행할 때에도 역시 사용자인 시민의 혜택과 활용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서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에는 빈부·연령·장애 여부·거주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를 변화시킬 때 ‘살고 싶은 도시를 위해 우리가 필요한 스마트는 어느 정도인가’를 중요한 질문으로 삼아야 하다는 게 잭 회장의 당부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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