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단독]감사원, 산은 종합감사..'산은·수은 통합'힘싣나

11년만에 이례적 예비감사 착수

'이동걸 발언'후 통합 포석 촉각

"정책금융 중복에 비효율" 지적

감사원 "오래 안해 하게 된 것"




감사원이 11년 만에 KDB산업은행에 대한 종합감사에 착수했다. 연초부터 정해진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종합감사 시기가 최근 이동걸 산은 회장의 ‘산은·수은 통합’ 발언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 정권의 실세로 평가받는 이 회장이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중복 업무가 많아 정책금융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만큼 감사원이 움직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이 회장의) 사견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해온 만큼 산은·수은 통합을 둘러싼 부처 간 기싸움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본지 9월11일자 1·10면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연초에 정한 연간 종합감사(기관운영감사) 계획에 따라 산은에 대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산은이 제출한 사전자료를 검토한 후 현장감사를 실시하고 오는 11월 말께 종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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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산은의 주요 업무와 관련한 테마감사를 진행한 적은 많지만 종합감사에 나선 것은 산은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년 3월 이후 11년 6개월 만이다. 종합감사는 주업무를 제외한 인사·조직·예산집행 등 기관운영 자체를 감사하는 것으로 피감기관은 테마감사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일부에서는 이 회장이 최근 산은·수은 통합 발언 직후 감사원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정책금융을 구조조정하는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산은이 수은의 정책금융 역할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중복에 따른 업무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의 업무 중복이 많아 정책금융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두 기관의 통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수은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일었다. 당시 수은 노조는 “현 정권에 어떤 기여를 해 낙하산 회장이 됐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정책금융 역할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을 감추기 위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은 위원장도 논란이 확대되자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 “이 회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경우 중앙부처는 1~2년에 한 번씩 종합감사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선거 주기에 맞춰 4년에 한번 하게 된다”며 “산은과 같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지자체보다는 주기가 길지만 11년 동안이나 종합감사를 안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08년 3월 산은과 함께 기관운영감사를 받은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 이미 감사를 받았고 한국마사회도 2016년 초에 받았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를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하게 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산은 회장이 현 정권 실세라는 점을 감안해 타이밍을 못 잡다가 이 회장의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 감사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종합감사 결과는 감사 종료 후 3~4개월 후에 나온다. 이에 따라 산은의 종합검사 결과는 내년 3~4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관계자는 “정책과 관련한 감사를 수시로 받았기 때문에 종합감사에 대한 준비도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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