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0.4%…9월 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

정부 "일시적 현상" 강조했지만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 더 커져

근원물가도 20년來 상승률 최저

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며 장을 보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연합뉴스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며 장을 보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연합뉴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폭락 등 공급 측 요인과 무상교육 실시 같은 정책 효과가 겹친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저물가가 지속되는 것이어서 일본식 장기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본지 9월27일자 1·6면 참조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4%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앞선 8월에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반영하는 통계 작성법에 따라 공식 통계는 0.0%로 잡혔다.

0215A08 소비자물가 추이


정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공급 측 요인과 정책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수요 위축에 따라 물가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 기상 여건 호조로 풍년을 이룬 농산물 물가가 13.8% 하락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국제유가가 진정된 것도 영향을 줬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농축수산물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0.7%포인트”라고 설명했다. 9월부터 시작된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책 요인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이 같은 정부 분석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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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장률 둔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받아들이는 게 타당하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을 몰고 올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0215A08 품목별 증감률


정부가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고 강조하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뺀 근원물가를 보더라도 상승률이 0.6%에 그쳤다. 지난 1999년 9월 0.3% 상승 이후 가장 낮다. 대표적 물가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4분기 -0.1%를 나타낸 데 이어 올해 1·4분기 -0.5%, 2·4분기 -0.7%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부진과 병행해 나타나고 있는 지금의 소비자 물가 하락은 수요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평가하는 게 맞는다”면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따른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주춤한 것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9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1.8%로, 지난 200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가 물가가 안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소비를 미루게 되고, 이는 실제 물가 하락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세종=한재영·정순구·백주연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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