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호주 총리까지 압박...측근들 의혹도 눈덩이

WSJ "폼페이오, 우크라 통화 들어"

하원선 줄리아니에 자료제출 소환장

바 법무는 '러 스캔들' 정보수집 관여

공화당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커져

0215A11 탄핵조사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를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 총리에게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착수 경위에 대한 조사 협조를 요청하고,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관련 정보 수집을 위해 해외 정보기관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우크라이나 스캔들’ 파문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공화당 내 우려도 커져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를 직접 들은 인사들 가운데 하나다. 앞서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는 당시 통화를 들은 이가 10여명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경우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데다 캔자스주 상원의원과 향후 대권 도전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심각한 타격은 물론이고 폼페이오 장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폼페이오 장관이 우크라이나 통화에 관여했다”며 “하원 탄핵 조사가 국무부에 한층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우크라이나에서 했던 일들과 관련해 그가 트럼프 정부 인사들과 소통한 휴대폰 기록과 문자 메시지, 그 밖의 통신 자료를 오는 15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소환장을 발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남용 의혹은 ‘러시아 스캔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하면서 법무부가 뮬러 특검의 수사착수 경위를 조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 총리에게 바 장관을 도와주라고 압력을 가했다”며 “대통령이 잠재적으로 개인의 이득이 될 수 있는 사안에 외교를 동원한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호주 정부 관계자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바 장관이 2016년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파헤친 연방수사국(FBI)을 조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해외 정부 관계자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바 장관은 영국 정보기관 관리들과 접촉했으며 지난주에는 ‘러시아 스캔들’의 수사 책임자인 존 더럼 연방검사장과 함께 이탈리아 고위관계자와 만나 더럼 검사장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녹취록에도 등장해 의회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이날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함께 미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였다. 5월의 41%보다 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탄핵에 반대한다는 답은 같은 기간 54%에서 45%로 하락했다. 로이터통신 조사에서도 탄핵 찬성 의견이 45%로 반대(41%)를 앞질렀다.

공화당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 플레이크 공화당 상원의원은 WP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을 정당화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탄핵에 대해서는 깊은 의구심이 든다”며 탄핵에 반대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대응팀 구성 등 정교한 대응책을 세우지 않고 트윗에만 집중하면서 내부고발자의 신원 파악에 집착하는 것도 측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최종적인 탄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탄핵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며 여전히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상원에서는 전체 의원(100명)의 3분의2가 찬성해야 하는데 공화당 의석 수가 53석에 달한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